반도체 재고 쌓이고 소비자 지갑 닫아…韓경제 먹구름 여전

4월 광공업 생산 1.2%↓한 달 만에 감소전환
제조업 재고 역대 최대…무역적자 39조 달해
해외 소비 늘어나는데 中관광객 회복은 더뎌

반도체 재고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등 제조업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내국인들은 고금리에 대출을 갚거나 해외에 나가 소비하면서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반면 중국인 등 해외관광객 입국은 코로나19 직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일 통계청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줄었다. 지난 3월(5.3%) 증가 후 한 달 만에 감소세 전환이다.

제조업 생산이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통신·방송장비(13.4%), 반도체(0.5%) 등에서 늘었으나 기계장비(-6.9%), 의약품(-8.0%) 등에서 줄었다.

특히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전월보다 13.2%포인트(p) 오른 130.4%로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수출 규모는 2334억 달러(약 309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적었다. 무역수지 적자도 295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했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1~4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줄어든 영향이다. 5월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35.5% 감소했다.

특히 당초 기대됐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중국 내수 회복에 집중됐다. 대중 수출은 올해 1~4월 -29.0%, 5월1일부터 20일까지 -23.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내수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3%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6.3%),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2%)에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2.3%), 12월(-0.2%)에 이어 올해 1월(-1.5%)까지 3개월 연속 줄었다가 2월(5.1%), 3월(0.1%) 상승했으나 지난달 3개월 만에 다시 감소했다.

내국인들은 해외에 나가 소비를 늘렸지만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소비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내 내국인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해외판매는 소매판매에 잡히지 않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1분기 비거주자의 카드 국내 사용실적은 19억5900만 달러로 전분기(20억4400만 달러)보다 4.1% 감소하며 4분기 만에 하락 전환했다.

4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10만6000명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40만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일본인(12만8309), 미국인(10만8818명) 대비로도 적다.

반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신용·체크, 직불카드사용액은 지난해 4분기(40억1000만 달러)보다 14.8% 늘어난 46억 달러로 나타났다. 전년동기(30억6000만 달러)와 비교시 50.3%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에 서둘러 빚을 갚으면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3조7000억원(0.7%) 줄었다. 작년 4분기 3조6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가계빚이 줄었다. 그만큼 국내에서 소비를 할 여력이 적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 상황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0으로 전월보다 0.2p 내리며 6개월 연속 주춤했다.

김 심의관은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반도체와 정보기술(IT)의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서 우리 경제에 불확실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생산 측면에서는 하반기 IT 업황 반등 및 중국 리오프닝 효과 기대, 엔데믹에 따른 대면활동 정상화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지속, 높은 반도체 재고수준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투자는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 시행, 내수 활성화 대책 추진, 인플레이션 둔화, 소비자·기업심리 개선 등은 긍정적이나 반도체 감산에 따른 단기적 투자 조정과 건설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착공·수주 감소, 가계부채 부담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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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