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 사태' 벌어진 광양에서 회의 열고 결정
사무총장 "지금 상황에서 대화 유지하기 어려워"
2016년 참여 중단 후 文때 재개…전철 밟을 수도
경찰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 강제 진압 사건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격분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대화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7일 논의한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12시30분 전남 광양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포함한 대정부 투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사노위는 근로시간 제도를 포함한 노동 현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노사정위에 뿌리를 둔 경사노위에서는 그동안 주5일제, 주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논의되고 합의돼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계가 사실상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어렵게 첫 노사정 간담회가 성사됐지만 금속노련 사태로 노정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결렬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이제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지난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사회적 대화가 어렵다는 지도부의 판단 하에 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응투쟁 수위나 향후 계획 등 모든 사항을 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98년 이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노총이 이날 회의에서 경사노위 탈퇴를 결정하면 양대노총과 정부의 공식적인 논의는 이대로 단절될 수 있다.
또 경사노위법상 본위원회 근로자위원의 과반 이상이 출석한 상태에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데, 현재 경사노위 근로자위원 4명 중 2명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나머지 2명도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한국노총이 실제로 탈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면서 얻는 이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대화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민주노총처럼 완전히 탈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탈퇴보다는 '잠정 대화 중단' 정도로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경사노위가 새로 출범하자 자연스럽게 다시 합류했다. 이번 갈등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사노위도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상황인 것 같지만,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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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