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결론 전망…'최초안' 제시도

최임위, 20일 6차 회의…차등적용 막판 논의·표결 예상
공석위원 '대리표결' 논의도…업종별 차등 부결 가능성
22일 勞 최초안 제시 "1만2천원 넘을듯"…使는 미지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쟁점 사항 중 하나인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표결을 통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르면 주 후반에는 최대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한 노사의 '최초 요구안' 제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오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과 관련한 막판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는 법적 근거가 있는 데다 급격한 인상 속도로 숙박·음식 같이 최저임금 지불 능력에 한계가 있는 업종을 고려해 차등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된 적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뿐이다. 이후 30년 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반면 노동계는 더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은 차별과 낙인 효과를 유발할 뿐이며,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노사가 6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평행선만 계속 달릴 수 있어 표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이 이달 말(29일)인 데다 최대 쟁점인 수준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다만 표결에 앞서 공석 위원의 '대리 표결' 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양대노총이 주축인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최근 경찰과 충돌로 구속되면서 노동계는 1명이 공석인 상태다.

이에 노동계는 최임위에 '노사 동수 구성'을 촉구했으며, 공익위원은 대리 표결 사유에 질병·부상으로 인한 입원과 개인 경조사 외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신설하는 최임위 운영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노사 합의 불발 시에는 이 역시도 표결이 예상되나, 공익위원 제시안인 만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대리 표결 문제가 정리되면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공익위원들이 업종별 차등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같은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8시간 '끝장토론' 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표결에 부쳐졌으나 찬성 11명, 반대 16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6차 회의에서 결론 난다면 최대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 논의는 오는 22일 예정된 7차 회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며 노사에 '오는 20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20일까지는 업종별 차등적용 결론에 집중하고, 22일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회의 직전에는 별도의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초안 제시 근거 등도 설명할 예정이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4월 초 선제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1만2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9620원)보다 24.7% 높은 수준이다.

한 근로자위원은 "최임위에 공식 제출하는 최초안은 최근 발표된 올해 적정 가구 생계비 등을 반영해 미세 조정될 것"이라며 "1만2000원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적정 가구 생계비에 근거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시급 1만2208원, 월 환산(209시간) 기준 금액으로는 255만2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같은 날 경영계가 최초안을 제시할 지는 미지수다.

한 사용자위원은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다"며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겠고, 노동계가 최초안으로 1만2000원을 계속 고수하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임위 안팎에서는 경영계가 최초안으로 예년과 같이 '동결'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가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동결 이상의 카드인 '삭감'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각각 제시하는 최초안의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노사의 힘겨루기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는 법정 심의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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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