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 사고 낸 구급차…1심 "긴급상황 아니면 유죄"

"구급차, 신호정지 의무 없어" 주장
1심 "환자 응급상황 아니었다" 유죄

신호를 위반해 마주 오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급차 운전기사가 '구급차는 신호정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에 규정된 '긴급한 경우·용도'에 대한 해석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구급자 운전기사 A(34)씨에게 지난 16일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출발지로 이동하던 중 신호를 위반해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 사고로 다리뼈 골절 등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구급차라서 신호정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는 법에 정해진 '긴급한 경우·용도'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 해야 한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당시 A씨가 운전하던 구급차는 긴급한 용도로 쓰이지 않았고, 상황이 신호를 위반할 만큼 긴급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다.

강 부장판사는 "'긴급한 용도'라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응급의료와 관련된 경우 또는 사망자 등의 이송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당시 A씨가 환자 이송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이었고 환자가 응급상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송 목적지가 요양원이었던 점도 언급했다.

아울러 "신호를 준수하더라도 지체되는 시간은 최대 수분 정도에 불과했다"며 "당시 피고인의 상황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를 위반할 만큼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좌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직진 차로를 주의 깊게 살펴봤더라면 피해자 오토바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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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