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떼일라"…찬밥된 빌라, 거래량‧경매 낙찰률 역대 최저

1∼5월 전국 주택 거래량 역대 최저…'비아파트' 매매 급감
전세사기·깡통전세…정부 규제 완화로 주택 수요 아파트로

"신축 빌라에 집주인도 괜찮아 권유를 해도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어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매매나 전세 문의가 끊기다시피 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빌라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개점 휴업 상태가 다름없다"며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에 대한 기피현상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의 영향으로 빌라(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기피현상이 확산하면서 거래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로 꼽히는 빌라가 찬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아파트 거래에 숨통이 트였으나, 다가구·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면서 지난 1∼5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단독·빌라는 거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은 한국부동산원의 1∼5월 주택매매 거래 현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량은 22만20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9956건)보다 14.6%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주택 거래가 급감한 것은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매매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국 단독·다가구 매매는 2만3542건, 연립·다세대 매매는 3만4659건으로, 각각 지난해 대비 38.8%, 47.1%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기피현상이 뚜렷하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빌라 912건 중 단 74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8.1%까지 하락했다. 빌라 100채가 경매에 나오면 단 8채만 낙찰되는 셈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2021년까지만 해도 월 평균 30% 전후였고, 주택시장 활황기 때는 40%를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해 8월 18%를 기록하며 10%대로 하락하더니, 올해 3월 9.6%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시장에서 빌라 수요가 줄면서 경매시장에 경매 물건은 꾸준히 증가세다. 2022년 상반기까지 월 평균 200~300채에 불과하던 서울 빌라 경매 물건은 올해 1월 623채, 3월 841채, 5월 888채, 6월 912채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또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422만원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3월 415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 단독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 296만원에서 지난달 256만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여파 등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아파트 전셋값 하락과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수요가 아파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수요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며 "빌라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통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르면 주택 수요 중 일부가 비아파트로 넘어간다"며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비교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지금은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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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