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수도권 의원들, 양평고속도로 백지화에 "재추진해야"… 민심 달래기

"원희룡,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려"
대통령 지지율, 서울·인천·경기 하락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이 양평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악화될 수 있는 수도권 민심 달래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1일 종합결과, 국민의힘 소속 인천·경기 등 수도권 의원들은 앞다퉈 양평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을 외치고 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10일 라디오에 나와 원 장관의 백지화 결정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군민들이 얼마나 이 사업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느냐"며 "현재 중단된 것이고, 사업의 적정성을 다시 검증한 다음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원 장관을 향해 "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대응하면서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시 정치적 대응을 멈추고, 원안으로 추진해 정쟁의 소지를 없애거나 양평군과 시민 배심원, 교통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를 구성해 노선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경기 여주·양평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병국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이라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냉정해지고, 국민을 위해 여러 안을 가지고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에 나갔던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을 국토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취소하고 백지화할 수 없다"며 "월권이고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추진을 위해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전·현직 수도권 의원들이 나선 이유는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뒤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의 지난 3~7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9%포인트 하락한 39.1%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주 연속 올라 지난 조사에서 42%를 기록했지만 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30%대로 하락한 것이다.

양평고속도로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인천·경기의' 경우 한 주간 지지율이 3.4%포인트 하락한 35.9%, '서울'은 4.7%포인트 떨어진 37.2%로 집계됐다.

원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한 이유로 민주당의 가짜뉴스 공세를 들었다. 하지만 결국 7년 전부터 추진해온 지역 주요사업을 정쟁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특히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이 직격타를 입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초반 "민주당이 먼저 사과를 하면 재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책사업의 중요성과 지역민들의 안위보다 민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업을 생각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국민의힘은 양평고속도로 계획안 원안의 종점 부근에 민주당 소속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을 변경했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원안은 정 전 군수에 대한 특혜를 위한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악화된 수도권의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과반이상 의석수를 확보하려면 수도권을 잡아야한다.

지난 총선 패배로 국민의힘은 서울(49석)·경기(59석)·인천(13석) 총 121석 중 겨우 18석만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103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다.

수도권은 전체 판세에서 승패를 결정짓고 중도 표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수도권은 실리에 따라 투표하고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의 막말, 도덕성 논란에 민감하다.

여당은 수도권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젊고 중도층 성향이 많이 사는 수도권 표심을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경기 성남 분당을이나 서울 마포갑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엔 당세가 약한 지역이 많아 공모에 응할 인물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와 서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내년 총선에 출마해야하는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불안감을 느껴 사업 재추진을 호소하고 나선 이유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