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판사가 반성문 다 읽을지 의심해
살인 및 시체손괴·유기 등 혐의로 기소
정유정 주로 머리 숙인 채로 바닥 응시
지난 5월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3)에 대한 첫 재판이 14일 열렸다. 정유정은 법정에 출석했으며 변호인은 "세부적으로 (공소사실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오전 10시40분께 부산법원종합청사 35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정유정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동그란 검은색 안경과 흰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유정은 주로 머리를 푹 숙인 채로 바닥을 응시했다.
공판 준비 기일은 공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판이 집중적,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피고인 측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이번 기일은 공판 준비를 위한 절차이고, 사건 심리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두로라도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41분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에코백에서 흉기를 꺼내 피해자를 찔렀다.
이후 정유정은 10분 간 쓰러진 피해자의 목 부위와 가슴, 옆구리 등 온몸을 약 110차례에 걸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 처리되도록 같은날 오후 6시10분부터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날 오전 1시12분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정유정은 범행 도중 옷에 피가 많이 묻자 피해자 집에 있는 옷을 절도해 입고 나가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정유정 측 변호인은 "세부적으로 (공소사실에 대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정유정에게 변호인과 같은 입장이냐고 묻자, 정유정은 마이크를 대고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일 정유정 측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이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 "반성문 페이지마다 판사가 읽을 것을 의심하면서 썼던데 판사는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서 (반성문 등) 낼 것이 있으면 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21일 오전 11시 354호 법정으로 지정하고, 정유정 측 변호인에게 성장과정과 범행 이전 상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장을 나온 변호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촬영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남긴 채 서둘러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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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