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충북도 9명·청주시 6명 수사 의뢰
道, 도로 관리 주체로서 아무런 조치 안해
시에도 신고 10차례 접수…"관할 아니라"
거듭된 위험 경고에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막지 못한 충북도와 청주시가 형사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홍수 하천 인근의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고, 유관기관의 범람 경고를 묵인하는 등 재난 대응조치를 미흡하게 한 혐의다.
28일 국무조정실(국조실)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책임을 물어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36명에는 충북도 공무원 9명, 청주시 공무원 6명이 포함됐다.
충북도는 지난 24일 수사 의뢰한 5명에 4명이 추가됐고, 청주시는 처음으로 수사 의뢰 명단에 포함됐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이자 교통 통제 권한을 지닌 기관이다. 15일 사고 당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4시10분 미호강(미호천교 지점) 홍수 경보가 발령되고, 오전 6시40분 미호천교 수위가 계획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에 도달해 지하차도 통제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교통 통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미호강 범람 위험 신고를 세 차례 받은 뒤에도 상부 보고나 관련 부서 전파 등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국조실 측은 "충북도는 지하차도 침수 1시간40분 전인 오전 7시 도로 통제 요건을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며 "도로관리사업소는 홍수 경보 발령에도 상황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조실은 추가 감찰을 통해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에도 법적 책임을 물었다.
미호강 범람 위기 상황을 알고도 상급기관 전파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주민 통제와 대피 요청을 받은 청주시 흥덕구청은 본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세 개 부서 모두 상급기관인 충북도에는 전파하지 않았다.
청주시가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과 충북경찰청 등으로부터 신고받은 건수는 10차례다.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 15명이 관할을 따지는 사이 미호천교 임시제방은 오전 7시50분부터 넘치기 시작했다.
오전 8시9분 임시제방 붕괴 후 8시27분부터 300~400m 거리의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됐고, 오전 8시40분에 완전 침수됐다.
지하차도를 집어삼킨 6만t 강물에 14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다쳤다. 침수된 차량은 17대다.
국조실에서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 24~26일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건설사 등 10여곳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충북도와 청주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치단체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시민재해)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 등 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터널 구간이 100m 이상인 궁평2지하차도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시민단체는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을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혐의가 적용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나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직무유기죄보다 중한 형벌이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청주시 관계자는 "국정조사실로부터 수사 의뢰된 명단이나 검찰 측의 수사개시통보서를 받지 못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2019년 준공된 이 지하차도는 총길이 685m, 터널길이 436m, 높이 4.3m, 왕복 4차선 규모의 지방도다. 도로법에 따라 관리와 통행 제한 권한은 충북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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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