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실행한 연지호 증언…"장기적출하면 실종신고"
"납치 후 중국인 맡기는 게 플랜A 맞나" 질문에 수긍
"일당 일부는 알았다"…공동피고인들 간 진술 엇갈려
올해 3월 서울 강남 한복판 납치·살해 혐의 일당들이 당초 중국인을 고용해 피해자의 장기적출을 공모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이들 중 일부가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과 달리, 이 같은 범행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35) 등 7명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범행을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는 연지호(29)가 증인석에 앉았다. 연지호는 황대한(35)과 함께 이경우 지시에 따라 피해자 A씨를 납치·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지호는 검찰이 '수사기관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증인은 운전만 하고, 중국인이 (A씨를) 납치하고 알아서 한다는 게 플랜 A였나'라고 묻자 "맞다"고 했다.
또 '황대한과 이경우가 말하기를 우리가 A씨를 납치하고 중국인이 나머지는 알아서 할 것이고 이후 장기를 적출하면 실종신고 될 것이라고 한 게 맞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지호는 실제 이경우를 비롯한 일당이 이 같은 범행을 실행할 중국인을 구했으며, 황대한이 A씨를 지칭하며 '50억원을 해먹고 도망간 사기꾼이다. 코인하다 실종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없어진다'고 말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맞다.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이 '코인판에서 실종되는 사람이 많아서 실종 처리는 문제가 안된다는 의미인가'라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또 이경우 측 변호인 신문에서 앞선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씨 역시 일당이 계획한 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황대한의 지인으로 알려진 이씨는 강도예비죄 혐의로 이 사건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됐다. 그는 사건 초반 A씨를 미행·감시하다 범행 직전 이탈했으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이씨도 A씨를 납치해 장기적출, 실종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알고 범행에 가담했느냐'고 묻자 연지호는 "제가 알기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씨는 법정에서 납치와 장기적출 사실은 들은 적도 없고 몰랐다고 한다'는 지적에도 "저는 본대로, 들은 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범행을 실행할 중국인을 구하지 못했다고 연지호는 밝혔다.
연지호는 A씨를 납치했던 당시에 대한 질문에도 비교적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는데, 범행을 지시한 이경우가 이 같은 상황을 제3자와 공유하고 있었다는 진술도 이어갔다.
범행 당일 A씨에게 마취제를 주사한 후 암매장 직전 황대한이 이경우와 수차례 통화를 했고 이 같은 사실을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회장님'과 같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이다.
이 사건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을 지급하는 등 살인을 청부한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다만 연지호는 '황대한이 이경우가 유씨·황씨와 같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란 물음에는 "그런 말은 안했고 스피커폰으로 들려줬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경우 등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이유로 올해 3월29일 밤 역삼동에서 피해자 A씨를 납치한 후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 한 혐의, 이를 계획·협조한 혐의를 받는다.
사실혼 관계인 유씨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을 지급하는 등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A씨 권유로 가상화폐를 1억원 상당 구매하고 3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듬해 초 P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손실을 입자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 측은 강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모의, 사체유기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황대한 측 역시 사체유기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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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