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성폭행범 "CCTV 없어 범행"
전세계서 CCTV 개수 최상위 한국
인적 드문 곳, CCTV 사각지대 놓여
전문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지 고민"
대낮 서울 신림동의 한 산속 둘레길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성폭행한 범인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노렸다고 진술한 가운데, CCTV 공백 지대를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은 전 세계 주요 대도시 가운데 CCTV가 상당히 촘촘하게 설치된 곳이라, 전문가들은 "어디에 늘릴 것인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사각지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강간상해 혐의를 받는 남성 최모(30)씨가 "그곳(범행 장소)을 자주 다녀 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범행 장소로) 정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최씨가 범행을 저지른 장소는 서울 신림동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에서 약간 벗어난 곳으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고 한다.
"강간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최씨는 등산로를 걷던 중 A씨를 발견,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A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씨는 양손에 너클을 착용한 채 A씨를 상대로 무차별 폭행도 저질렀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도시 서울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도시 가운데서도 CCTV가 상당히 촘촘히 설치된 곳이다.
지난 5월 영국 사이버보안 업체 컴패리텍(Comparitech)이 전세계 150개 주요 대도시 CCTV 개수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CCTV 수는 총 14만4513대로 1제곱마일(2.59㎢)당 618.45대로 조사됐다. 단위 면적당 카메라 수로는 세계 2위다.
하지만 서울의 CCTV는 인구가 많은 도심지에 집중돼, 인적이 드문 등산로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실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등산로는 총 7만6521㎡(제곱미터)인데 반해, CCTV는 고작 31대만 설치돼 있었다.
이마저도 24대는 등산로 아래쪽에 위치한 체육관과 공영주차장에 집중돼 있고, 그 외에는 단 7대의 CCTV로만 감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CCTV의 절대적 개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디에 늘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CCTV의 절대적인 숫자만 논할 것이 아니라 CCTV가 정말 있어야 할 곳에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범죄 사각지대 공백을 줄여나가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학회장 교수는 "서울이 CCTV 개수는 많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산속의 경우,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 같은 사각지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도 인적이 드문 곳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이제 통상적인 안전지대와 우범지대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며 "이번처럼 인적이 드문 사각지대에는 폭넓게 범죄 예방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범행 욕구 자체를 사전에 자제시킬 수 있도록 둘레길, 산책길에 강화된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CPTED)을 도입하는 한편, 지능형 CCTV를 되도록 많이 설치해 감시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능형 CCTV는 인공지능으로 CCTV 영상을 분석해 범죄 발생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CCTV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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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