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D-1…"수산물은 이제 끝났다"

전남 신안 전복 양식장, 도매가 폭락 겹쳐 '병상첨병'
김영란법 한도 상향도 경기 침체 이어지며 "무의미"
"정부, 수산물 국민 이해 노력 전무…야당도 헛발질"

"수산물은 이제 끝났죠."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전 전남 신안군 안좌면 한 연안 전복 양식장.

이곳에서 20년째 전복을 키우고 있는 정영규(62)씨는 수심이 깊은 얼굴로 양식장에 쌓인 해초를 치우는 작업에 분주했다.



전복 도매가와 소비량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 당장 내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착잡한 표정을 숨길 수 없다.

한숨을 푹푹 내쉰 그는 해초를 걷어내며 3년 동안 애써 키운 전복들을 꺼내 들여다봤다. 당장이라도 내다 팔 수 있을 정도로 살이 올랐지만 제 값도 건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며 고민이 늘어간다.

올해 초 설 당시 10미 1㎏ 기준 3만 3000원을 기록하던 지역 전복 도매가는 추석을 앞에 둔 이날 2만 6000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일상 소비용으로 주로 판매되는 20미 1㎏의 가격 낙차는 이보다 더 심하다. 20미 1㎏의 현재 도매가는 1만 6000원 선으로 지난 설(2만 6000원) 대비 무려 1만원이나 떨어진 상황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규제하는 농축산물 선물 가격이 올 추석부터 30만 원으로 오르지만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미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최대 20만 원까지 한도가 올라간 바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며 전복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단 점에서다.

설상가상으로 핵오염수 방류 날짜가 확정되면서 어민들 사이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가뜩이나 수산물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한 상황에 방류가 현실화되면서 호황은 커녕 폐장을 고민해야 하는 수순에 다다랐다.


정씨는 올해 진 빚 규모가 1억 8000만 원에 달한다고도 토로했다. 전복을 팔아 갚아야 할 빚을 궁여지책으로 또다른 빚을 내 갚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씨의 전복 양식장 850칸 중 90칸 약 6.3t의 전복은 지난해 팔릴 적기를 놓친 채 1년째 바닷속에 그대로 있다.

매년 기록하던 5억 원 언저리의 매출은 지난해 4억여 원으로 줄더니 올해는 이보다 8000여 만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올해 초 설 당시 가격 수준이 유지돼야 하지만 악재가 겹치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을 향한 앙금도 쌓였다.

윤석열 정부는 뚜렷한 대안이나 해법 없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야권은 반대만 피력할 뿐 실효성있는 행동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염수를 머금은 해류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언제 양식장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흘러 들어온 오염수가 어느 수준의 방사선량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연구가 시급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정치인들은 무작정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현수막만 내건 채 모두 내년 총선 어민들의 한 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어민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당장 먹고 살 문제에 봉착한 어민들과 막연한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형국에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일본 자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어민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대책이라도 내놓았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방류는 기정사실이었다.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낸 탓에 수산물은 끝이 났다"고 낙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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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목포 / 이덕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