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에게 청소 부과 중단 권고
병원 측 "청소는 정당한 재활치료" 소송
1·2심 "청소, 치료 아닌 단순노동" 패소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에게 재활치료 목적으로 청소를 지시했더라도 이는 치료 방법이 아닌 단순한 노동에 해당해 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함상훈)는 A씨 등 4명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부당한 노동부과행위 중단 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31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B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5월 입원환자 중 한 명은 인권위에 'B병원이 환자들에게 청소를 시키고,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제한을 한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같은 해 8월 이 같은 진정이 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B병원에 노동 부과 행위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란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렸다.
A씨 등은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권위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청소는 재활치료 목적으로, 환자들의 동의 내지 신청 하에 진행됐으며 최저임금 수준의 1.7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청소 등의 작업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은 병원에서 청소 등을 환자에게 부과한 것은 헌법에서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내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오는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관련법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시하는 방법에 따라 작업을 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B병원 전문의가 작업 방법 등에 관해 특정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B병원의 청소 등 부과가 치료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노동 대가가 일부 참여자에게만 지급된 점, 청소가 B병원의 일방적 필요에 의해 부과된 점 등을 언급하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청소하게 한 이유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문헌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B병원에서 재활훈련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고, 병원 내 규정에도 '작업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었다며 A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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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