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속 개점휴업"…1주년 맞은 광주 스트리트푸드존 시름

29곳 상점 입점…불경기에 영업개시 10곳만
"공사 끝나기만 바라"…배달·투잡 현상 유지
"백운광장 집객장소 아냐, 문화공간 확대를"

"나간다는 상인만 많습니다. 사실상 애물단지가 된 음식점에서 공사만 끝나길 바라며 버텨요."

5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음식문화거리(스트리트 푸드존)는 개점 휴업상태였다.



지난해 8월 31일 개장 이후 수 달 간 매일 완판 신화를 이룬 음식점들도 굳게 문이 닫혔다.

현재 점포 36곳 중 29곳이 입점된 상태지만 영업을 개시한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퇴근 시간 푸드존을 지나치는 주민들은 더운 날씨 속 부채질을 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행인 대부분은 인근 백운·주월·양림동 주민인데, 운동 목적으로 공원을 이용하고 있어 음식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방문객 쉼터는 불이 꺼진 채 자재가 쌓여있었다. 폐점한지 몇 일 되지 않은 빈 점포엔 '운영자 모집' 문구가 붙었다.

자녀와 함께 거리를 찾은 어머니는 먹을 곳이 마땅치 않자, 수m 떨어진 조경석으로 향해 포장한 음식을 먹었다.


현재 백운광장 일대에는 단절된 보행로를 잇는 보행 다리 공사와 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백운광장의 가능성을 보고 입점한 상인들은 향후 2~3년간 지속될 공사와 적은 매출로 시름이 깊다.

상인들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데, 3분의 1은 재계약을 심각하게 고심했다고 한 상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재개점시 계약 연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상인은 "개장 시점을 공사 완공 이후로 정했어야했다"며 "조성 뒤 사실상 애물단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상인들이 음식점을 닫았다가 2~3년 이후 공사가 완공되는 시점에 재개점을 하게 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 체제 운영은 상인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배달이나 투잡을 뛰며 현상 유지를 하고 있었다.

추모(28·여)씨는 "배달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대면 손님이 드물다"며 "공사가 끝나기 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김모(59·여)씨는 "개장 초창기엔 하루에 족발 50팩이 완판됐는데, 요즘은 10팩도 안팔린다"며 "푸드존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은 폐점했거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용객들은 쉼터 공간 확대를 강조했다.

김모(35·여)씨는 "돔을 설치해 눈·비를 막고, 녹지 공간에 의자 등을 설치하면 이용객들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도시재생 업체는 문화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활성화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박재완 문화도시재생연구소 대표는 "백운광장은 주거지가 많고, 차량·주민 통행 길목이라 사람이 모이는 곳은 아니다"며 "먹자골목은 집객장소에 부가적으로 생겨나는 곳인데, 음식 만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상점이 입점한 만큼 최대한 공원 부지를 활용해 분수대 등 물놀이 시설이나 보드스케이팅, 버스킹 무대 등 놀이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남구 관계자는 "가을에 버스킹 공연을 통해 거리를 활성화하고 음식 상담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남구는 백운광장 일대에 879억 원을 들여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경제·구도심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역점 사업으로는 스트리트 푸드존과 푸른길 브릿지, 미디어파사드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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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