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심부름 때문에'..父 둔기로 때린 30대, 항소심서 집유

항소심 재판부 "살인 미필적 고의 없어"
특수상해 혐의 인정돼 '집유 3년'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잦은 심부름에 화가 나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 받은 3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아들 A(30대)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7일 밝혔다.

이 재판부는 또 A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31일 오전 8시15분께 부산의 한 주택에서 함께 살던 아버지 B(60대)씨의 머리를 둔기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년 전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단둘이 거주하며, 평소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치우는 등 수발을 들었다.

B씨의 수발과 잦은 심부름에 스트레스가 쌓였던 A씨는 사건 당일 아버지가 밥을 달라고 밥통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B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둔기로 B씨의 뒷머리를 때린 이상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사건 발생 3일 전부터 식사를 차려주진 않았지만, 컵라면을 사다 줘서 B씨가 이를 먹었고, B씨는 집안 내에서 거동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밥을 안 차려준 것은 B씨의 사망을 직접적으로 바라보고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범행 도구가 아주 작으며, A씨는 키 170㎝, 몸무게 100㎏ 이상이지만 피해자는 60대로 고관절 부상으로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A씨가 B씨를 올라타 둔기로 죽일 마음으로 내리쳤다면 2㎝ 정도 찢어지는 상처에 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사정에 비춰 보면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존속살해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면서 "A씨는 위험한 물건인 둔기로 B씨에게 상해를 입힌 이상 특수상해죄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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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