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5사, 5년 만에 사채 24.3% 증가 26.5조
한전, 발행 한도 2→5배…발전사, 규정 없어
발행 배수 '중부 3배·서부 2.4배·남부 2배'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운데,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도 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전과 달리 발전자회사들은 사채 발행 한도 규정이 따로 없어 재무 악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200억원의 사채를 발행했다. 남부발전은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1200억원을 모두 부채 상환에 쓸 예정이다.
남부발전의 사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원이었다. 여기에 올해 들어 발행한 사채만 해도 6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채가 계속 불어나며 상반기까지의 부채 규모는 7조8691억원을 기록했다.
남부발전뿐만 아니라 다른 발전자회사 역시 수익성 악화로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대비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발전자회사의 사채 잔액은 중부발전 8조원, 서부발전 5조8000억원, 남동발전 4조1000억원, 동서발전 3조7000억원이다.
발전자회사들의 사채 잔액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자회사 5곳의 사채 잔액은 지난 2018년 총 21조3433억원이었는데 5년 만에 24.3%나 증가한 26조5369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전 역시 막대한 규모로 사채를 찍어내고 있어 자회사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들어 9월11일까지 발행된 한전채는 11조9300억원에 달한다.
한전채 발행이 늘어나며 한전의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반 전 145조원이었던 부채 규모가 38.1%가 불어난 것이다.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부채비율은 570%를 웃돈다.
문제는 한전을 제외한 발전자회사들은 사채 발행의 한도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한전의 경우 무분별한 사채 발행을 막기 위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까지 사채 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 한도가 턱 밑까지 차오르자 지난해 말 미봉책으로 발행 한도를 2배에서 5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인 104조6000억까지 채권을 찍어낼 수 있게 됐다.
발전자회사의 사채발행 배수는 앞서 규정된 한전의 한도였던 2배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기준 중부발전은 3.0배로 가장 높았으며, 서부발전은 2.4배, 남부발전도 2.0배에 달한다. 동서발전은 1.3배, 남동발전은 1.2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해 사채발행한도 내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으나, 발전자회사는 정관에 사채발행한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채발행한도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제 전문가는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의 재무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맞춰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있어서다. 지난 5월부터 전력 판매단가가 구매단가를 간신히 넘어서며 10개월 만에 역마진 구조가 해소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어 역마진 구조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에너지 원료 수입, 계통 투자, 발전 시설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자금도 없어서 조달하려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끝도 없이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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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