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에 더 많은 자동차세 정상" vs "전기차 누가 사나"

정부,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나서
고가 수입차·전기차 덜 내고 국산차 더 내고 '역차별'
가격 기준 과세 고가차 세금↑…"지방세수 확대 꼼수"

정부가 배기량(㏄)이 큰 차량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현행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을 손보기로 한 것에 대한 차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가 일방적인 세제 혜택을 받고 있고 고가의 수입차는 보유세와 같이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꼼수 증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추진단'을 꾸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자동차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현재 배기량에 따라 과세하는 자동차세 기준을 차량 가격으로 변경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차량 가격 외에도 연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무게, 출력 등이 고려해볼 수 있는 요소다.

출고가 3941만원인 K8(3.5 가솔린)의 배기량은 3470㏄로 1년치 자동차세로 약 90만원을 낸다. 반면 출고가 8370만원의 메르세데스-벤츠 AMG CLA 45 S는 배기량 1991㏄로 연간 자동차세가 51만원에 그친다. 출고 가격은 벤츠가 2배 이상 높지만 세금은 43% 가량 덜 내는 것이다.

전기차로 넘어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1억원을 호가하는 테슬라나 포르쉐의 전기차는 일률적으로 10만원에 지방교육세 30%를 더한 13만원만 낸다. 엔진이 없는 탓에 배기량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기준으로 봐도 K8의 탄소 배출량은 160g/㎞인데 벤츠는 이보다 많은 194g/㎞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국산차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성능의 수입차보다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이다.

K8 차주인 정현철(55)씨는 "값비싼 물건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정상"이라며 "공정하지 않던 제도가 이제라도 바로잡게 돼 환영한다"고 말했다.

경차인 스파크를 모는 이모(36)씨는 20일 "적은 배기량과 과급기를 탑재한 차가 늘어나면서 저가 차의 자동차세가 비싼 차보다 높아진다는 불만을 주변에서 자주 들었다"면서 "가격과 탄소 배출 기준으로 부과하는 게 옳은 것 같다. 소형차와 전기·수소차 세금이 지금보다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자동차세로 69만4000원을 냈다는 그랜저 차주 김모(47)씨는 "고가의 수입차·전기차 덜 내고 국산차는 더 내 세금의 역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좋은 방향으로 개편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기량 대신 가격을 중심으로 매기면 전기차 보급 정책에 역행할 수 있고 수입차 업체들이 FTA 규정을 근거로 반발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세 개편이 증세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최근 전기차 구매 계획을 세웠던 진성연씨는 "기후위기 측면을 생각했을 때 아직까지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강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세금까지 올린다면 누가 비싸기만 한 친환경차를 사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보조금을 지원 받아 4000만원 후반대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샀다는 김모씨는 "차를 산 지 얼마 안됐는데 세금이 올라갈 수도 있다니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며 "가장 손쉬운 세수 확대 방안으로 서민 증세를 선택한 것 같다. 꼼수다"라고 불편해했다.

온라인에서도 자동차세 개편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phy2***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은 "주택도 전용면적이 아닌 공시지가로 부과하듯이 차값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친환경차 구매 유인책으로 보조금 더 주되 세금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ors*** 아이디의 작성자는 "자동차세 취지에 맞도록 공평하게 개편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lipp*** 아이디의 누리꾼은 "결국엔 세금을 더 걷겠단 것"이라고 했고 qhrw*** 아이디의 작성자는 "전기차 사려고 했는데 취소해야겠다. 세금 뜯어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네"라고 올렸다. dyde**** 아이디를 쓴 이는 "정부가 친환경차 구매 장려할 땐 언제고, 징하다 진짜"라고 썼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