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어업' 유엔 세계주요농어업유산 등재…"세계가 인정한 어업문화"

해수부·어촌어항공단, 제주 해녀어업 등재 총력 지원
해녀어업으로 척박한 제주도 비옥한 땅으로 '탈바꿈'
해녀어업, 전승과 연결·자연 친화적인 채집 '문화형성'

최근 제주 해녀어업이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정·운영하는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으로 등재됐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전통어로 방제식인 제주 해녀어업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으로, 지난 2016년 유네스코가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은 쾌거다.

◆제주 해녀어업,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어업문화



제주 해녀어업의 가치는 국내에선 이미 인정받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제주 해녀어업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을 쏟았다. 지난 2018년 12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 등재를 신청했다.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은 세계 각국의 중요한 농업활동이나 어업활동을 등재해 보존하기 위해 진행 중인 제도다. 식량 및 생계의 안정성을 비롯해 ▲생물다양성 ▲지역 및 전통적 지식시스템 ▲문화 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육지경관 및 해양경관의 특징을 기준으로 삼아 이에 합당한 농·어·임업 유산을 심사를 통해 선정해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8개의 농업·어업활동이 세계중요농어업유산에 등재됐다. 어업활동은 2022년까진 등재된 사례가 없었지만, 올해 7월 대한민국의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등재됐다. 이를 위해 5월 세계중요농어업유산 현장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뿐만 아니라 제주 해녀어업도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이후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심의를 거쳐 한국의 제주해녀 어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를 지탱해 온 어업활동 '제주 해녀어업'

제주는 해녀의 섬이다. 역사적 사료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4000년 전부터 해녀와 비슷하게 바닷속에 들어가서 전복을 채취한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신천리에 있는 한못궤굴, 하모리 유적에서 발견된 전복껍데기와 전복을 따는 도구가 그 증거다. 제주도의 여성들은 해녀로 활동하며 제주도만의 삶을 그렸다.

해녀들의 어업활동은 제주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풍족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잡아 온 어패류와 해조류는 주요 식량자원으로 활용됐다. 특히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았을 때는 해녀들이 잡아 온 수산물이 중요한 식량이었다. 또 해녀들이 바다에서 가져온 모래 거름과 해조류를 제주의 척박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천연비료로 활용했다. 해녀들이 자신이 잡은 수산물을 직접 판매하면서 가정의 주요한 수입원이 됐다. 제주도의 삶 전반을 이끌어 온 게 제주의 해녀어업이다.

제주도의 해녀어업은 예로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해녀들은 구전을 통해 제주도의 해녀가 지켜야 할 것들을 다음 세대의 해녀들에게 전달해 왔다. 어떻게 잠수해야 하는지를 시작으로, 바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떤 수산물을 얼마나 채취해야 하는지 그 가르침을 이어왔다.

해녀들의 어업활동은 제주의 해양생태계를 지키고, 공존의 활동이다. 아무리 최신 잠수 기술과 수산물 채취 기술이 발달해도, 이들은 고무옷과 최소한의 도구만 챙긴 채 10m 내외 깊이의 바닷속에서 채취 활동을 진행한다. 전승과 연결, 자연 친화적인 채집 기술은 최근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았다.

◆'남해 죽방렴 어업'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 기대

우리나라에는 제주해녀어업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우수성을 지닌 어업방식이 다양하다. 현재 제주 해녀어업에 이어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도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 추진하고 있다.

또 남해 지족해협의 죽방렴 어업도 대표적이다. 물살이 빠르고 좁은 물목을 찾아 이곳에 'V'자 형태로 만든 나무 말목과 대나무 발을 설치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다음 직접 물고기를 잡는 어업방식이다. 죽방렴 어업 또한 남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어업방식이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민들이 경험적으로 깨우친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어업방식으로, 그 자체가 소중한 역사적 유산이다.

해수부와 어촌어항공단, 남해군은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를 위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족해협 어민들과 함께 '죽방렴 보존회'를 구성해 죽방렴 어업 원형 복원 연구작업 및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 진행될 세계중요농어업유산 현장 실사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계획이다.

제주 해녀어업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를 기념하며 내달 15일부터 이틀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국가중요어업유산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에는 해녀 체험부스, 해녀 예술공연, 해녀 음식 시식회 등과 함께 13개의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알리기 위한 홍보관이 함께 운영된다.

어촌어항공단 관계자는 "제주 해녀어업은 제주도의 자랑스러운 어업활동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어업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며 "우리나라에는 제주 해녀어업뿐만 아니라 역사 깊은 어업활동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다른 어업활동들도 세계의 인정을 받고 함께 보존해 나가야 할 것으로, 인정받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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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