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행정·부당전횡이 키운 광주북구 검도부 총체적 부실

북구의회 행정사무조사 결과 발표…성범죄에 임용·계약 전횡까지
사실상 손 놓은 행정, 공백 틈탄 시 검도회 부당 관여가 부실 키워
"고강도 감독 체계 구축 요구…차라리 운영 권한 이관도 검토해야"

광주 북구청 직장운동경기부(검도부) 소속 선수들의 잇따른 성범죄를 계기로 펼쳐진 의회 조사에서 운영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자체 간판을 내건 실업팀이었지만 행정은 감독에 손을 놨고, 관리 공백을 비집고 종목 단체인 시 검도회가 조례까지 어겨가며 임용·용품 계약 등에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위는 강도 높은 관리·감독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구청의 개선 의지·역량이 없다면 검도부 운영 권한 이관까지도 적극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광주 북구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구청 검도부 행정사무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위는 ▲선수단 지도·관리 부실 ▲2019년 행정사무조사 결과 조치 계획 무더기 미이행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 운영 부실 ▲광주시 검도회 유착·개입 의혹 ▲선수단 임용·재임용 체계 부적정 ▲검도 장비 등 부적정 구입·관리 ▲임차 차량 운영 관리·유류비 집행 업무 소홀 등을 지적했다.

◆잇따른 성범죄 배경은 '무너진 관리·감독'

특위는 우선 행정사무조사의 발단이 된 선수 2명의 성범죄 배경으로, 감독·코치의 기본적인 선수단 복무 관리 소홀을 꼽았다.

조사 결과 훈련일지와 선수단 연가·병가·대체 휴무 내역 불일치, 매일 작성해야 할 일지의 일괄 결재·결재 누락 등 형식적으로 선수단 복무 실태를 관리했다. 지각·조퇴·출장 등도 제대로 증빙되지 않았다.

특히 감독·코치는 지난해 7월 당시 소속 선수가 저지른 성폭행 범죄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사실도 몰랐다.

감독·코치 등은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3차례에 걸친 공판 사실을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해당 선수가 재판 출석 당일 대회·훈련 등에 참석한 것처럼 훈련일지를 허위 작성·보고했다.

감독·코치는 또 지난 2021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또 다른 선수의 성 비위 사실조차 2년 지나도록 알지 못했다.

특위는 사실상 고삐를 푼 북구청 담당 부서의 무책임하고 방치에 가까운 행정도 부실을 키운 '화근'이라고 명시했다.

구청은 지난 2018년 허위 전지훈련 논란을 계기로 벌였던 의회 행정사무조사 이후 후속 대책 성격의 조치 계획 15건 중 7건을 이행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을 방치했다. 선수단 관리 기본부터 주요 운영 개선안을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

잦은 조직 개편과 담당자 변경으로 검도부 관리 업무가 원활히 인계되지 않고 방치됐다고 특위는 분석했다.




◆공백 메운 시 검도회 부당 관여…부적정 임용·계약까지

구청은 오히려 검도부 운영 사항을 의결하는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에 시 검도회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외부 개입 없는 독립적 운영 보장 취지로 '시 검도회 관계자(지역 검도인)를 위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직장운동경기부 설치·운영 조례'(2019년 10월 개정)까지 어겼다.

북구청은 조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관례대로' 시 검도회 감사·부회장 등 임원 2명을 운영위원으로 위촉해 운영 전반에 개입할 여지를 줬다. 공식 기구인 운영위는 2019년 이후 5년간 단 4차례만 열릴 정도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구청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있으나 마나' 한 운영위의 빈틈을 타 시 검도회가 검도부의 실질적 운영에 전방위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시 검도회는 종목 단체로서 검도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전문성, 인적 자원 등을 앞세웠다.

검도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시 검도회 임원 2명은 서로의 아들이 선수로 신규 임용 또는 재임용될 때 번갈아 평가 위원을 맡았고, 현재 감독 역시 9년간 재직했던 대학에서 직접 가르쳤던 제자 10명을 선수로 뽑았다.

임용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출신 학교·가족 이력 등을 대놓고 드러낸 선수도 있었고, 신규 임용 관련 정보가 특정 대학 출신 선수들에게 공유된 의혹도 제기됐다.

다른 지자체 실업팀과 달리 평가 제척·기피 규정이 없었다. 별다른 거리낌도, 제지도 없이 지인 아들, 제자의 임용 평가위원에 나서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특위는 봤다.

시 검도회 내 지연·학연과 이해관계에서 엄정해야 할 예산 집행도 자유롭지 않았다.

검도부는 지난해 광주 소재 검도용품 업체 2곳으로부터 죽도·보호대 등 훈련 장비 구입 명목으로 예산 2200여만 원을 지출했지만, 두 업체 모두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었다.

해당 업체 대표 2명 모두 지역 모 검도관 소속 사범들이었고, 해당 검도관 관장은 구청 검도부 선수 출신 시 검도회 임원으로 밝혀졌다. 두 업체의 외국산 죽도 납품 단가는 기존 업체 같은 제품 대비 2배 가까이 비쌌다.

더 비싼 호구 세트(단가 180만 원) 구입 과정 역시 비교 견적서 허위 제출, 쪼개기 계약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구청 담당부서 역시 적정 단가·업체 적격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고 선수단 요구대로 예산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특위는 혈세로 지출하는 용품 구매 계약을 지역 검도계 내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가 따내 금전적 특혜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이 밖에 ▲대회 하루 전 출장 일비·특식비 지급 부적정 ▲임차 차량 운영·관리 소홀 ▲유류비 집행 업무 부적정·소홀 등도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효율 운영·관리 체계 구축을…이관도 검토해야"

특위는 검도부 관리 주체인 구청에 시정조치 27건을 요구했다.

우선 성 비위·검도부 부실 운영 책임자를 징계하고, 복무관리·운영 규정을 전면 쇄신하라고 했다.

또 조례에 따라 운영위원회에 시 검도회 입김이 작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수 임용 절차도 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 개인 성적을 기초로 한 선수단 임용 평가·성과 평가 확립, 시 검도회 관계자·감독의 임용 평가 참여 원천 배제 등이다.

또 행정 중심 용품 구입·물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 방안 강구와 분리 발주 제한, 철저한 여비 집행 등도 바로잡도록 구청에 요구했다.

특위는 '34년간 한 실업팀을 관행적으로 운영해 왔고, 구청의 방조 속에서 시 검도회가 운영·관리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에 검도부 부실 운영이 반복돼 드러났다'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현 재정 여건 안에서 예산 투입 대비 효율적 운영 방안을 강구하고, 직장운동경기부 관리·감독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만약 구청의 운영 의지·개선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검도부 운영을 시 검도회 등에 공식 이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했다.

차라리 시 검도회가 실업팀 공식 운영 주체로 나서서 실질 운영 권한에 걸맞은 무거운 책임도 지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행·관성화된 운영으로 더 이상 구민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체육회 등에 의한 관리 실효화를 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위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제290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 조사 결과를 최종 보고한다.

한편 북구의회는 개원 이래 세 번째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꾸려 지난 9월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61일 동안 광주 북구청 검도부 운영 부실 실태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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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