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리운전 등 종사자 간담회…애로사항 청취
참석자들 "계약서 쓰지 않고 업무 범위도 불분명"
표준계약서에 노무 내용·조건 명확히 기재하기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배달, 대리운전, 가사돌봄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및 프리랜서 등과 만나 이들의 공정한 계약과 권익 보호를 위해 조속히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배달 라이더 쉼터에서 특고 및 프리랜서,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직종의 노무 제공자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의견을 청취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전통적인 근로계약 형태가 아닌 특고, 프리랜서 등과 함께 최근 플랫폼 종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용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종사자'란 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형태(플랫폼 노동)의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앱을 통해 배달 대행, 대리운전 등을 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수는 2021년 66만 명에서 지난해 80만 명으로 늘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서 효율성을 추구한 영향도 있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와 일과 가정 또는 생활의 균형을 위한 선택인 경우도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 증가 배경을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종사자들도 배달, 대리운전 등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이자 장점으로 자유로운 시간 관리, 자녀 양육 등 일·가정 양립을 꼽았다. 시간 대비 높은 보수 등도 꼽았다.
이 장관은 "그러나 개인 종사자가 기업을 상대하다 보니 보수를 제 때 받지 못하거나 계약 당시 없었던 업무를 요구 받는 경우가 있다"며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기업의 불공정한 대우, 고객의 갑질, 안전과 건강 위험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방문점검·판매 종사자인 A씨는 "가정 방문 후 이불장에 둔 돈이 없어졌다고 도둑으로 몰려서 곤란했다"며 "보호 받으며 일한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봄 종사자 B씨는 "돌봄과 교육을 약속했더라도 어디까지가 일인지 불분명해 간단한 설거지, 아이를 씻겨주는 일 등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불만이 있어도 기업에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 프리랜서 C씨는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이 많아 개인이 기업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했고, 가사 종사자 D씨는 "날카롭거나 널브러진 물건들 때문에 다치는 일이 많은데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정부는 시장의 공정한 계약 관행 형성을 위해 다양한 노무 제공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기본적으로 포함돼야 할 사항으로 구성된 표준계약서를 조만간 발표하고 활용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에는 노무의 내용과 조건을 명확히 하고, 계약 해지 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계약에서 정한 것 외의 업무 요구를 금지하고, 노무 제공자의 안전·보건 등을 위한 사항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아울러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보장 받아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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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