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경매 낙찰률 10%대 급락
전세 사기·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투자 수요 위축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기는 경매시장에서 오피스텔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오피스텔의 경매 낙찰률이 10%대로 급락하는 등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임대 수요가 사실상 끊기면서 일반 매매시장의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이 외면받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오피스텔 낙찰률은 9.6%로 집계됐다. 총 187건이 진행됐지만, 18건만 낙찰됐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낙찰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낙찰률은 지난 6월(20.4%) 최고를 기록한 뒤 하락세다. 낙찰가율도 84.1%로 지난 6월(81.5%) 이후 가장 낮다.
낙찰 받는 사람이 없다 보니 오피스텔 경매 물건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서울 오피스텔 경매 물건은 10월 1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건의 3배가 넘는 규모다. 7월 78건에서 8월 116건, 9월 142건, 10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경매 입찰자들이 입찰하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1억원대 원룸 등 저가 물건이다. 이달 서울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기록한 물건마저 감정가(100%)를 겨우 넘겼다. 관악구 신림동 베리타스서울(전용면적 18㎡)는 감정가 1억1200만원보다 800만원 높은 1억2000만원(낙찰가율 107.1%)에 낙찰자를 찾았다. 응찰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또 마곡에비앙(전용면적 25㎡)은 감정가 1억8800만원에서 1회 유찰됐지만, 1억7474만원(낙찰가율 92.9%)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오피스텔을 향한 투자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이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또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신고하면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되고,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다. 하지만 취득세는 업무시설로 인정돼 4.6% 내야 한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도 하락했다. KB부동산 오피스텔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2022년 11월~2023년 11월) 기준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역별로 서울은 1.30%, 경기 7.35%, 5대 광역시는 3.58% 하락했다.
내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도 올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연간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2만9825실로 집계됐다. 올해 입주 물량(5만 4324실)과 비교해 45.1% 급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줄면서 경매시장에서도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강력한 규제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누리며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많았으나, 고금리 기조에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과 같은 대체 상품을 향한 투자 수요가 위축됐다"며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오피스텔을 향한 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형 부동산 특성상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경매시장에서 오피스텔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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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