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도시 재건축 호재에도…아직 맥 못추는 일산 집값

작년 일산서구 -12.14%…수도권서 가장 심각
규제 완화에도 분담금 부담에 수요 안 붙어
뒤로는 파주, 앞으론 삼송·창릉…수요 분산
"선도지구 지정·금리인하 맞물려야 급물살"

일명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이 오는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도 일산신도시 집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규제는 완화됐지만 분담금 부담 등으로 실제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는 삼송지구와 창릉신도시, 뒤로는 운정신도시가 있는 파주가 자리해 수요가 분산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부동산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고양 일산서구 아파트값은 12.14% 떨어져 수도권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일산동구도 8.08% 떨어져 낙폭이 큰 편이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오는 4월27일 시행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선도지구에 지정되는 단지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시범단지가 돼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면 약 6년 뒤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도지구에 뽑히지 않더라도 1기신도시 특별법 통과로 사실상 안전진단이 면제됐기 때문에 기존보다 사업 진행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일산은 상당수 아파트 단지가 노후한 만큼, 이 같은 변화가 도시를 재정비하는 데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산의 집값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일산서구의 지난해 누적 하락률은 별다른 호재가 없는 동두천(-12.12%)이나 의정부(-10.18), 양주(-9.60%), 광주(-9.10%) 등보다 컸다.

재건축 규제는 완화됐더라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첫 번째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인상됐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용 조달 비용도 늘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우선 공급 비용 인상으로 인한 분담금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재건축을 노리고 매수를 하려는 투자 수요가 많아야 가격이 방어되는데, 재건축에 목돈을 묶어 둘 만한 수요자들이 시장에 많지 않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다른 1기 신도시에도 마찬가지인데, 일산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하락률을 1기 신도시끼리 비교해 보면 성남시 분당구가 1.30% 내려 사정이 가장 나았다. 중동신도시가 있는 부천(-4.57%),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4.59),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11.60%) 등 순이었다.

통상 분당과 일산을 1기 신도시들의 대장 격으로 보는데, 경기 남부와 경기 북부의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이다. 경기 남부의 경우 IT기업이 밀집한 판교신도시가 분당구 내에 자리하고 있고, 배후 수요로 일자리가 많은 용인·화성 등 '반도체 벨트'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경기 북부는 이렇다 할 기업이 없는 데다 일자리 조성 없이 새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베드타운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운정신도시가 있는 파주는 서울과 거리가 더 멀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곧 개통될 예정이어서 신축 아파트의 편리성이 물리적 거리로 인한 단점을 상쇄한다. 또 일산과 서울 사이에 고양 삼송지구 등 택지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왔고 조만간 3기신도시인 창릉신도시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산은 파주라는 저렴하고 신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 뒤에 있고, 조금만 돈을 더 보태면 서울 은평구나 삼송 등의 선택지가 있어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향후 선도지구 지정과 금리하락 등 사업 여건 개선이 맞물릴 때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집값 반등의 변곡점이 되려면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거래 증가의 조건이 금리인하"라며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정부가 풀어주지는 않겠지만 금리가 내리면 대출한도는 늘어나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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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