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협 재고쌀 '급증' 51%↑…산지 쌀값 20만원대 붕괴

정부, 재고쌀 매입 식량 원조…전남 1만2610t 배정 '역부족'
농협벼전국협의회 "산지 쌀값 20만원 선 유지 약속 지켜야"

 국내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매하는 산지 농협의 재고쌀 물량 포화로 쌀값 수급 안정 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때문에 최대 곡창지대인 전남을 중심으로 산지 쌀값(80㎏기준)이 다시 20만원대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농협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전남지역 농협이 2023년에 매입한 쌀(정곡-도정한 쌀 기준)은 27만5000t으로 2022년(18만5000t)보다 50.5%(9만t)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는 2022년(8000t)보다 1000t 늘어난 9000t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쌀 소비 둔화 등에 따른 판매 부진은 재고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전남지역 농협이 수매해 보관 중인 2023년산 쌀(정곡) 재고량은 2022년보다 51%(8만9000t) 늘어난 26만6000t에 달했다.

이 중 미곡종합처리장(RPC)을 갖춘 농협의 쌀 재고량은 14만3000t으로 2022년(9만9000t)보다 44%(4만4000t) 증가했다.

RPC를 운영하지 않은 농협의 쌀 재고량도 12만2000t으로 2022년(7만7000t)보다 58%(4만5000t)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쌀 재고 증가는 산지 쌀값(80㎏)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20만원대 유지를 약속했지만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20만원 밑으로 하락한 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가격(80㎏)은 19만6656원으로 조사된 가운데 특히 전남지역 쌀값은 최저 18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가격 안정화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산지 쌀값 위기감을 보여 주듯 농협전국벼협의회 산하 농협벼전남협의회는 지난 15일 농협전남지역본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정부의 시장격리를 포함한 선제 대응을 촉구했다.

협의회엔 RPC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벼를 수매하는 전남지역 회원 농협 44곳이 참여하고 있다.


김철규 농협벼전남협의회장은 "정부는 산지 쌀값 20만원선을 유지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촉구한 후 "산지 농협도 쌀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쌀값 하락이 우려되자 민간(농협) 재고에서 5만t을 매입해 식량 원조에 활용키로 확정했지만 전국 농협에 배정된 물량은 5만t에 불과해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식량 원조용 민간 재고쌀 매입은 오는 4월부터 이뤄지며 시·도별 배정 물량은 충남이 1만3890t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전남 1만2610t, 경북 5720t, 경남 5660t, 전북 5400t, 경기 3980t, 충북 2210t, 강원 530t이다.

전남의 한 산지 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전국 농협에 식량 원조용 수매 물량으로 배정한 5만t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좀 더 전폭적인 재고쌀 소비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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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곡성 / 양성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