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주도 '제2 나경원·김기현 연판장' 사태 없어
과거 '윤심' 쫓다 홍위병 비판도…상황 달라진 듯
"다들 눈치 보는 상황…한동훈에 명분 있어" 해석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힘을 빼고자 여론 조성에 나섰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이른바 '나경원·김기현 연판장' 사태의 효과를 이번에도 노렸던 것인데 앞선 사례와 달리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이용 의원이 공유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 링크에 추가로 반응을 보인 의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인물로 당내 친윤 핵심으로 분류된다. 해당 기사에는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을 이유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 의원의 행보에도 다양한 해석이 붙기 시작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비대위의 대응 방식에 불만이 쌓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친윤계 의원들이 비대위 체제를 흔들고자 먼저 '단톡방 정치'를 시작했다는 거다.
실제로 당내 중진들이 김기현 전 대표에게 희생을 요구했을 당시 15명 남짓 되는 초선 의원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중진을 겨냥해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자', '엑스맨'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해 1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릴 때도 친윤 초선이 중심이었다. 당시에는 전체 초선 의원 59명 가운데 48명이 연판장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초선 의원들이 권력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쫓는 단체 행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태경 의원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이용 의원의 주장이 힘을 잃었다는 견해도 있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다들 눈치를 보는 상황이지만 한 위원장이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조건 대통령 말이 맞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단톡방에 (글을) 올리면서 몇몇이 당의 여론이나 당의 의사를 마치 그것이 당 전체의 의사인 것으로 계속해서 여론을 형성해 가는 방식, 그런 것들이 결국 나중에는 당의 결정으로 되는 이런 방식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건강한 방법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 사퇴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기류도 읽힌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해당 논란에 대한) 인지를 못 하고 있다. 언론에 부각되는 것만큼 체감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친윤계 초선 의원은 "한 위원장이 그만둬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79일 앞둔 시점인 만큼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김 여사 리스크와 당정 갈등을 잘 풀지 못하면 선거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자신의 공천 문제도 걸려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한 위원장보다 낮기 때문에 (단톡방 정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며 "의원들도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질 것이다. 득이 되면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직적인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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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