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드러낸 사전청약 제도…"사업 포기 더 나올 것"

사전청약 단지 사업 지연 사례 수두룩
사업 취소 단지도…본청약서 이탈 속출
"분양가·입주시기 불확실성 리스크 전가"
앞으로가 더 문제 "사전청약 혼란 불가피"

사전청약은 선분양보다 2년가량 앞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주택시장 수요를 분산시켜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집값이 치솟던 2020년 도입됐다.

사전청약 물량을 최대한 젊은 층에 돌려 너도나도 주택 구매에 뛰어드는 '패닉바잉'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2020년 8월 발표 후 2021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전청약 제도는 당시 급등하던 집값 상승세를 한 풀 꺾는 데 일조하며 정책목표를 일부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전청약 사업장의 일정 지연과 취소, 당첨자 이탈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전청약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우선 정부가 약속한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본청약 일정이 밀리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인천 검단신도시 AB20-1블록(제일풍경채 검단3차)은 지난 2021년 12월 사전청약 때 이듬해인 2022년 9월로 본청약을 예고했지만 16개월가량 늦어져 이달 분양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 5월 본청약이었던 의왕월암 A1·A3 지구는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대거 발견되면서 올해 5월로 연기됐고, 남양주진접2 A1·B1·A3·A4 등 4개 단지는 문화재 발견돼 내년 9월로 밀렸다.

급기야 민간 사전청약 단지에서는 사업을 취소한 사례도 나왔다.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BL' 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심우건설은 애초 분양가로는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며 최근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제시한 예상 분양가보다 오른 경우도 많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B20-2BL '검단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는 사전청약 당시 전용면적 72㎡ 추정 분양가는 3억9900만원이었지만 본청약에서는 4000만원 비싼 4억3500만원에 나왔다.

이처럼 사업 지연과 취소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어렵게 당첨돼 처음엔 좋아했는데 본청약 일정이 장기간 지체되면서 미래 계획을 짜기가 어렵고 분양가도 오를 거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전청약에 당첨되고도 본청약을 신청하지 않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실시된 본청약이 완료된 공공 사전청약 5091가구 중 실제 본청약 신청자수는 2819명에 불과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중 본청약 참여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사전청약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의 최대 단점은 분양가와 입주시기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를 수요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금리와 공사비가 올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 늘어나게 됐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될 것인지, 언제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 대한 불신으로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와 공사비 인상, 수요 감소 등으로 사전청약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며 사업 지연, 사업 포기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수요가 적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 무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 원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문제, 공사비 상승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공사가 완전히 정지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수요자들도 청약에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등 사전청약 제도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1년 정도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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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