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설 선물 논란에 조계사 찾아 "생각 많이 짧았다" 사과

이관섭 "죄송…결례 용서해달라"
조계종 "빨리 와서 해명…다행"

대통령실은 불교계에 보낸 올해 대통령의 설 선물 포장지에 교회와 성당 등 그림을 넣은 데에 직접 조계종을 찾아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했다.



1일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과 만났다.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큰 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서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다)"며 "아직 도착하지 못한 선물들은 다시 회수해, 포장을 적절히 새롭게 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또 받으신 분들께도 저희가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았다"며 "결례를 용서해 달라"고 읍소했다.

진우스님은 "이렇게 빨리 오셔서 해명을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으나 비서실장이 찾아온 적은 없다며 "오셔서 직접 말씀해 주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선물을)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 종도들에 이해를 구하고 이렇게 선의를 보여주신 부분에 대해 상당히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종도들에) 설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며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인 우봉스님은 "도착하지 않은 것까지 회수해 수습해 준다고 하니 충분히 성의가 느껴진다"고도 했다.

황 수석은 조계종과의 면담이 끝난 후 BBS 불교방송에 "특정 종교를 우리가 옹호하거나 또는 특정 종교를 편향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전혀 아니다"며 "미처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실수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선물에 성당·교회 등의 그림이 들어간 건 한센인 전시회 도록이었다며 "소록도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렵고 질병에 고통받고 또 소외되고 그런 이웃들이 없다. 설 명절을 계기로 해서 좀 우리 사회의 따뜻한 그리고 또 관심도 좀 많이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실무진들의 사려깊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우리가 신경을 쓰겠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다"고 설명했다.

황 수석은 현재 불교계에 보낸 수백 개의 선물을 전부 반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앞서 올해 설 선물을 소개하며 "불교계를 위해서는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를 대신해 아카시아꿀(논산), 유자청, 잣, 표고채(양양) 등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물 포장에 성당과 교회의 그림이 그려있고 동봉된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등의 기도문이 쓰여 있어 불교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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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