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감리 자료 근거로 사용 승인 내 준 서귀포시
분양자 29명 잔금 납부 안 해 계약 해제 통보 받아
주요 구조물 '철근 누락' 정황…정밀안전진단 계획
시 "진단 결과 따라 형사 고발"…피해 회복은 요원
시공사 "사용 승인·계약 해제 적법…향후 보강 조치"
제주 한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실 시공 의혹에도 행정당국이 사용 승인을 내주면서 수분양자들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허위 작성 의혹이 제기된 감리완료보고서 등을 토대로 사용 승인이 났지만, 입주 기간에도 해당 아파트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상태에다 주요 구조물의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허가 관청이 진행한 허술한 행정 절차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분양자 수십 명은 시공사로부터 잔금 납부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아 계약금을 잃게 되자 관련 부서 공무원들을 감사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서귀포시 소재 지하 3층, 지상 10층(연면적 9017㎡)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공동주택(아파트) 28세대, 오피스텔 21호가 들어서며 2021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7월 준공됐다.
◇허위 감리로 사용 승인…"시공사 요청에 압박 느껴"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예정된 준공 기한은 지난해 6월28일이었으나 시공사 측은 이를 지키지 못했다. 시행사와 분양자들은 세대 마감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소방감리사, 업무대행사가 허위로 감리완료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작성해 행정에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허가 관청인 서귀포시는 같은 해 7월7일 사용 승인을 내줬다.
분양자들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7월25일부터 9월7일까지 입주 기간에도 공사가 이어져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벽체는 기울어졌고, 벽체와 문틀 사이에 틈이 발생하는가 하면 가구와 옵션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는 그해 9월 말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분양자들에게 공급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청주에 거주하는 수분양자 김 모씨는 "도저히 들어가 살 수 없는 상태였다"며 "신탁사와 시공사에 공급계약 해지와 계약금 환불을 요청했으나 일방적 해제 통보로 시공사가 계약금을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시는 관련 민원이 제기되자 사용 승인 업무를 대행한 건축사무소와 감리완료보고서를 제출한 감리자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업무대행사 측은 경위서를 통해 "공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어 감리완료보고서 제출이 어렵다고 시공사에 전달했으나 시공사의 지속적인 요청에 암묵적인 압박을 느꼈다"며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할 경우 감리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가 우려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용 승인 전 제출해야 하는 필수 서류가 누락돼 승인 이후 뒤늦게 제출받는 등 관계 법령 위반 소지도 확인돼 시행사와 수분양자들은 관계 공무원 3명에 대한 감사를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철근 누락' 부실 시공 의혹도…정밀안전진단 요구
해당 아파트에선 주요 구조부인 기둥과 보, 지하외벽에 전단보강철근이 누락된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건축안전자문단이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콘크리트 두께로 인해 안쪽에 설치된 철근 확인이 어려워 정밀구조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귀포시는 시공사에 정밀구조안전진단 결과를 내달 29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시공사 측은 "현재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며 "진단 결과 문제가 있다면 보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소방안전센터가 소방감리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방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시설에 대해 점검한 결과 소방시설 미설치 등 약 21건이 적발된 것이다. 센터는 오는 3월16일까지 조치 명령에 따른 개선 이행을 요구했다.
해당 아파트 수분양자는 29명이며 피해 계약금은 23억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위법한 사용 승인, 철근 누락에 따른 부실 시공, 건축법 위반 등에 대한 증거를 서귀포시에 제출했음에도 행정이 시공사에 대한 행정 조치 등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져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부실 시공이 밝혀지더라도 수분양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행정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부실 시공이 드러나면 시공사를 상대로 형사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계약 해제에 따른 계약금 문제는 민사적인 부분이어서 행정에서 개입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수분양자 정 모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사용 승인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행정이 승인을 내 주면서 피해가 발생한 건데 이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행정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시공사 "사용 승인·분양계약 해제 적법"…시행사 수사 의뢰도
시공사는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행정의 사용 승인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가구의 내부 마감 공사가 다소 미진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용 승인을 위한 법적 기준은 모두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분양계약 해제 역시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를 지속적으로 불이행하면서 적법하게 해제에 이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철근 누락과 관련한 부실 시공 의혹에 대해선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해 10월24일부터 지난달 1월5일까지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진단을 실시했다"며 "의혹이 제기됐던 대부분 구간에 대해 향후 적절한 보강 조치를 통해 충분한 구조안전성이 확보할 수 있다고 검토됐다"고 말했다.
시공사는 또 시행사 측이 29가구의 수분양자 중 일부와 허위로 본건 분양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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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