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를 전제한 건 아니지만 면밀히 살필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혐의 1심이 무죄를 선고한 후 법조계와 재계가 검찰의 항소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법원의 판단을 분석하면서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항소장 제출이 가능한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지난 5일 선고가 이루어져 원래 항소 기한은 오는 12일까지지만, 이날이 대체 휴일이기 때문에 하루 연장됐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항소를 전제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1심 판단과 견해 차이가 큰 점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면밀히 살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심이 검찰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그 논리에 납득되지 않는 점이 있다"고 했다.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창고 바닥에 숨겨진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내린 판단에 대해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합병과 승계라는 사실관계에 대해 "승계작업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어 있다. 사실관계 판단이 (대법원 판례와) 다른 것 아닌가 싶다"며 "주장을 배척한 경위를 충분히 확인해보고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고 기소한 것이 무리한 선택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항소하지 않는 것은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 있다.
시민단체도 항소를 촉구하고 있다. 합병 직후부터 이를 비판해온 참여연대 등은 선고 후 "검찰은 즉각 항소해야 할 것이며, 사법부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엄벌하여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를 다시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재계는 이 회장이 국정농단 뇌물 등 혐의로 장기간 재판을 받은 만큼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사와 재판으로 장기간 기업 경영에 집중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 이 회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5년 5~9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합병비율 1:0.35)을 위해 허위 합병 명분을 만들어 내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허위 시너지 수치를 만들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허위 호재를 공표한 혐의도 있다.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 2015년 3월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한 중요 정보를 누락한 거짓공시를 한 혐의, 2016년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재무제표에 삼성바이오에픽스 투자 주식 재평가를 통해 자산을 과다 계상한 분식회계 혐의도 적용됐다.
법원은 106번 재판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으로부터 주장을 들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위 공시와 시세 조종을 주도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었다. 법원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 판단이라는 변호인 주장을 인용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 의결권을 확보하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취지의 승계작업에 대한 정의가 내려진 것을 바탕으로 관련 증거를 더해 유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수사의 실마리가 된 '거짓공시'와 '분식회계' 등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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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