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체제로…대전협 오늘 임시총회
설 연휴 이후 휴진·사직 등 집단행동 나설듯
복지부, 연휴 내내 중수본…신고센터도 운영
전공의에겐 복지장관 성명…"진심 알아달라"
대통령실은 "2000명 지금부터 늘려도 부족"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총파업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정부는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공의들에겐 주무 부처 장관이 정책 취지를 호소하는 한편, 피해에 대비한 대국민 신고센터 가동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비해 '피해 신고센터'를 열기로 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제5차 중수본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피해 신고센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때문에 진료 관련 피해를 입은 환자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의료 이용 불편상담, 법률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부는 지난 6일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이후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설 연휴에도 중수본을 통해 비상 대응 체계를 운영해 왔다.
복지부는 연휴 첫날인 9일에도 조 장관 주재로 제4차 중수본 회의를 열고 비상 진료 대책 상황실 운영 계획 등 설 연휴 비상 진료 운영 체계를 재점검했다.
전날에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충북 소재 응급의료센터 현장을 찾아 설 연휴 필수의료 현장을 점검했다. 설 당일인 10일을 제외하곤 사실상 연휴 내내 비상 체계를 가동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고3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19년 만에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이 아니라 배출된 의사의 재배치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증원에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의협 대의원회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투쟁 서막이 올랐음을 공표한다"고 밝힌 만큼 설 연휴 이후 파업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9시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린다. 임시총회 안건은 의료 현안 대응에 관한 건인데, 이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어떤 대응을 해 나갈지 구체적인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어서 이들이 실제로 파업에 참여할 경우 의료 현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추진 당시에도 전체 전공의 약 80%가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 현장에 공백이 발생했다. 지난 5일 대전협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여 명의 전공의 중 88.2%가 의대 정원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조 장관도 전날 오후 늦게 복지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시지를 내고 전공의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조 장관은 해당 글에서 "의대 정원 확대 관련해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로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해 수련기간 동안 본인의 역량과 자질을 더 잘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7일 KBS 특별대담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령화 때문에 의사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의료인) 증원은 필요하다"며 "의료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의대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메세지를 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서 저는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제 생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함께 2022년 8월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뇌출혈 수술을 바로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게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들 얘기는 '2000명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 한꺼번에 늘리면 어떻게 하냐' 하지만 정부 생각은 2000명을 지금부터 늘려나가도 부족하다는 게 우리 의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위 관계자는 다만 "정부는 최대한 준비하고 의사들과 대화하고 설득해나갈 생각임을 말씀드린다"고 집단행동 자제를 호소해나갈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비한 조처도 내려 놓은 상태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전공의 등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병원장들에게 집단사표를 수리할 경우 행정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실제로 집단사직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휴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업무 개시 명령은 명령서를 개인에게 송달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일부러 명령서를 받지 않는 편법을 대비해 각 수련병원별로 현장점검팀을 보내 명령서를 직접 전달하도록 하고 연락처를 확보해 문자메시지로도 명령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전화기를 꺼놔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명령서를 송달한 것으로 보고,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확보에 대한 법적 검토도 마쳤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의대 정원 확대 브리핑에서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의해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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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