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보고서 삭제' 정보경찰 1심 선고…징역 3년 구형

서울경찰청 前 정보부장, 용산서 前 정보과장 등
檢 "감찰 언급하며 수차례 삭제 지시…죄질 불량"
"지시 따랐을 뿐인 정보관들에게 책임 돌렸다"
'민간인' 해밀톤호텔 대표는 벌금 800만원 선고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직후 이른바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정보경찰 간부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14일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날 오후 3시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는다.

곽모 용산경찰서 경위는 이들의 지시를 받고 김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징역 3년을, 곽 경위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박 전 부장에 대해 "삭제 지시 과정에 명시적으로 수사 및 감찰을 대비할 것을 언급하며 수차례 하급자인 김 전 과장에게 삭제를 지시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과장과 관련해서는 "박 전 부장의 지시로 범행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 용산경찰서 외사과를 총괄하며 정보관을 압박하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지시에 따라 정보 보고서를 삭제했을 뿐인 정보관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입건이 되지 않은 정보관도 입건하도록 말해 양형에 불리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곽 경위에 대해서는 "실제로 이태원 정보보고서 중 유의미한 자료를 삭제한 삭제자에 해당하긴 하나 박 전 부장과 김 전 부장의 순차적인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범행을 전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 측은 해당 재판에서 "명백한 진상 은폐 행위"라며 "정의와 양심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제대로 판단하고 응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내려질 박 전 부장 등에 대한 선고는 이태원 참사 책임이 제기된 공무원들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다.

앞서 골목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해밀톤호텔 대표 등 민간인들에 대한 선고는 내려진 바 있으나 경찰, 용산구 등 공직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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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