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장관, 농산물 물가 안정 방안 기자 간담회
"3월부터 수급 나아지겠지만 햇과일 출하전까지 불안"
"434억 투입 납품단가 인하·할인지원…대체과일 수입"
"11개국 검역 협상 중 …완료까지 평균 8년1개월 소요"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농산물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 총 434억원을 투입해 납품단가와 가격 할인을 지원한다. '못난이 사과'라 불리는 비정형과 사과와 대체 수입과일 공급을 늘리고,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다만 햇과일이 출하될 때까지 사과와 배 등의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고, 이들 과일은 검역 절차 상 수입도 쉽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수급여건을 개선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과일 수급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송미령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기상재해로 사과·배 생산이 전년보다 30%가량 감소하면서 다른 과일 및 농산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며 "2월에 비가 자주 오고 일조량도 평년보다 40% 이상 감소해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전년보다 30% 감소하는 등 하반기부터 확대된 과일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는 사과 71.0%, 배 61.1%, 감귤 78.1% 등으로 더욱 치솟았다. 과일류 물가는 전년 대비 40.6% 폭등하며 농축산물 물가 상승률을 두 자릿수(12.8%)까지 끌어 올렸다.
물가 집계시 가중치기 큰 석유류 제품 물가 상승률이 -1.5%를 기록했음에도 기여도가 큰 농축산물 물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장관은 "3월부터는 기온 상승과 일조량 증가 등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출하지역도 점차 확대돼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수급 상황이 2월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사과와 배는 햇과일 출하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한 수급상황실을 차관 중심의 비상수급안정대책반으로 격상해 본격 가동하고, 품목별 수급 상황과 소비자가격 동향 등을 매일 점검한다.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참외 등 대체과일이 출하하는 4월까지 과일·채소 중심으로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 지원을 추진해 체감물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송 장관은 "3~4월 중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해 유통업체 판매가격 인하에 연동되도록 하겠다"며 "같은 기간 할인지원 사업 예산도 230억원으로 확대해 최대 40% 할인이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납품단가는 품목별로 과채류 ㎏당 500~1800원 수준이며, 배추는 포기당 500원이다. 납품단가 지원에 따라 사과 소비자가격이 할인지원 외에 추가로 10%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과는 산지 선별·운송비를 추가 지원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최대한 완화할 예정이다.
국내 공급이 부족한 품목은 수요분산 차원에서 대체 과일을 해외에서 도입한다. 햇과일을 수확하기 전까지 평소 유통되지 않는 모양이 고르지 않은 비정형과(사과)나 크기가 작은 소형과(딸기)를 지속 공급한다.
송 장관은 "과일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상반기 물량이 신속히 유통될 수 있도록 업체별 수입 실적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며 "오렌지와 바나나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직수입을 추진해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할당관세 적용품목은 만다린(관세율 50→10%·500t), 두리안(관세율 45→5%·1300t), 파인애플주스(관세율 50→10%·수입전량)로 확대한다. 송 장관은 "사과와 배 이외에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을 다양화하는 취지"라며 "물량은 총 9만t 수준으로 이는 사과 생산량 감소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비정형과 공급과 대체 과일 수입량을 늘려도 사과·배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을 요청한 나라는 11개국이지만 농산물 검역 특성상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송 장관은 "검역 협상은 8단계까지 진행돼야 수입할 수 있는데 11개국 중 진도가 가장 많이 나간 일본이 5단계까지 완료한 상황"이라며 "검역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평균 8년 1개월이 소요되는데 검역 협상은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올해 과일 가격이 높다고 바로 수입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수입 절차를)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올해 과일 생육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과수 생육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냉해 예방 장비와 약제 등을 지원하는 등 시기별로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송 장관은 "몰가 체감도가 높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유통업체 자체할인과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행사를 연중 추진하겠다"며 "국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빠르게 완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자원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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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