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내놔" vs "투자금인데"…누가 입증해야 할까

3500만원 두고 대여금 vs 투자금 갈등
원고 "지인에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것"
피고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 명목 받아"
1심 "원고에 입증책임…청구 이유 없어" 기각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지인에게 수천만원을 빌려줬는데 돈을 받은 지인은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사인 간 돈거래의 목적을 두고 다툼이 있다면, 빌려준 사람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고인 A씨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피고에게 총 350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피고가 사업자금으로 쓰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피고에게 돈을 갚으라고 주장했다.

다만 피고는 이 돈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었다며 원금에서 이자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미회수원금으로 정산해 A씨에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피고는 2021년 11월8일께 "A씨 본인과 사위가 특정 재단에 투자한 3500만원의 투자 원금에 손실이 생긴다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할 것을 본 각서로 약속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쓴 적이 있다.

또 같은 달 피고는 A씨에게 특정 회사에 투자를 권유하고 투자를 받아 매일 수익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확약서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확약서에는 피고가 A씨에게 투자금 원금 중 이자 수익을 뺀 나머지 금액을 미회수원금으로 보고 추후 미회수원금을 정산해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법원은 이 같은 증거와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A씨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 정읍지원 함철환 판사는 지난 1월23일 A씨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청구 소송에 대해 청구의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함 판사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는 경우, 송금은 다양한 법적 원인으로 인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원고가 금원 수수의 원인을 소비대차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가 이를 다른 용도라고 다툴 때는 원고가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됐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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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