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18일 사직 예고…"사직 늘 것"
정부, 증원 1년 연기 제안에 "피해 커진다" 거부
오늘부터 군의관·공보의 파견 기관서 근무 시작
중증환자 등 진료 정상화 위한 100만 서명 운동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교수들을 대상으로도 의료법에 따른 각종 '명령'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의대 증원을 1년 늦추되 정부가 2000명 증원 규모를 강제하지 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면 재검토 주장을 접을 것을 각각 촉구했으며, 양측이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는 동시에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복귀할 것을 제안했다. 의대 증원 규모는 공신력이 있는 해외 기관을 거치자고 했다.
33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전날 제5차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교수의 자발적 사직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오후에는 전국 14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전공의 이탈이 4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 교수들이 사직을 언급하며 행동에 나서려는 이유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서면 점검을 한 결과 지난 11일 오전 11시 기준 1만2909명의 전공의 중 93%인 1만2001명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떠났다. 지난달 19일부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이후 이탈자 수가 1만2000명, 비율이 93%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의사 면허정지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이날까지 5556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사진 통지서를 받으면 의견 진술 이후 실제로 일정 기간 면허정지가 가능해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통상 3개월 면허 정지가 되는데 전공의 신분상 3개월 면허 정지로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전문의 취득이 1년 이상 늦춰질 수도 있다.
여기에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사직이 수리가 안돼 전공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병원에 취업하거나 일반의로 개원을 하는 것도 의료법 위반이라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복지부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 의사에 유감을 표하고 의대 교수도 의사인 만큼 의료법에 따른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지금 그것을 한다, 안 한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연기 제안에 대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거부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는 동시에 물밑 대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고 전날에는 박민수 차관이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또 조만간 교수들과의 대화 일정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군의관 및 공보의들이 파견 기관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오는 15일부터는 경증·비응급환자 분산 인력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이미 간호사 등 진료 지원 인력 시범사업, 심뇌혈관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이어지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환자들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현장 이탈 중단을 촉구했다. 또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전날부터 4월10일까지 한 달 간 100만 명을 목표로 서명 운동을 진행한다.
이들은 "범국민서명운동을 통해 의사들이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진료 정상화에 협력할 것과 정부가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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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