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로 큰 돈 벌 수 있다' 어르신 등 수백명 피해
국세청, 기획부동산 양도세 무신고 등 탈루 세금 추징
국세청이 최근 세무조사에 착수한 조사대상자 96명 중에는 은퇴계층의 노후자금을 노리고 소액 투자를 유도하는 기획부동산 사기, 주거 낙후지역의 재개발을 방해하는 '알박기 투기' 사례도 있었다.
14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서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기획부동산 등 세금 탈루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불법 취득 부동산, 저소득층·노인 수백명에 쪼개기 양도한 기획부동산
기획부동산 법인 B사는 법인 명의로 취득할 수 없는 경기 화성시 소재 농지를 임원 A씨의 명의로 취득했다. 이후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해당 지역에 개발호재가 있는 것으로 거짓 광고한 뒤 취득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수백명에게 쪼개 양도했다. 양수인 대부분이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 이거나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해당 토지는 개발가능성이 없는 하천부지였을 뿐 아니라, 다수가 토지를 소유하는 '공유지분' 형태로 매입돼 피해자들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투자금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임원 A씨는 양도차익의 84%를 분양대행수수료 명목으로 기획부동산 법인 B사에 지급했고 B사는 허위 인건비 등을 계상해 관련 세금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및 명의신탁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주택가 이면도로 '알박기' 후 고액 양도…대금 편법 수령
양도인 B씨는 개발이 예정된 부지의 주택가 이면도로를 개발업체보다 먼저 취득했다. 이같이 취득한 도로를 장기간 팔지 않고 버티는 이른바 '알박기 수법'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C사의 개발사업을 지연시켰다.
C사는 개발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높은 이자율의 브릿지론(Bridge-loan)을 활용하고 있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이자가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B씨는 C사로부터 취득가액의 15배에 달하는 수십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고액 양도대금을 '사업포기 약정금' 명목으로 편법 수령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등 탈루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무허가 주택 취득 후 4개월 만에 6배 양도차익…양도세는 무신고
2주택 보유자인 외지인 A씨는 재개발지역 원주민으로부터 등기가 되지 않는 무허가 주택 2채를 취득한 다음 이 중 1채를 4개월 후 6배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단기 재양도했다.
A씨는 고액의 단기 양도차익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 신고만 하고 양도소득세는 무신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무허가 주택은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양도세 등 탈루 혐의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실법인 끼워넣어 실제 거래 위장 후 양도세 탈루
양도인 A씨는 경매로 취득해 18년간 보유하던 개발지역 임야를 부실법인 B에게 취득가액과 유사한 수십억원에 양도했다. 부실법인 B사는 양도인 A씨로부터 임야를 취득한 날과 동일한 날에 부동산 개발업체 C사에 5배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재양도했다. 부실법인 B씨는 수년간 결손이 수억원 발생한 법인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법인세 역시 체납 중인 만큼, 향후 양도세를 내지 않고 폐업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양도세 탈루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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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