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황상무 사의 수용, 이종섭 조기귀국 가닥
귀국 후 '공수처 신속조사' 공세 국면전환할 듯
여당 한동훈·수도권 출마자 갈등국면 봉합수순
해병대사령관도 소환 전…즉시 소환 쉽지 않아
"이 고발 내용, 문제될 것 전혀 없어" 자신감도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를 수용했다. 총선을 불과 3주 앞두고 당정 갈등, 야권의 정권심판 총공세, 지지율 하락이라는 '3종 악재'를 마주한 윤 대통령이 황 수석 사퇴 외에는 출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종섭 주(駐) 호주대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에 앞서 총선 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지율 하락에 여당 수도권 출마자들이 제기한 '자진 귀국론'을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공수처 소환 조사 전 이 대사의 사퇴나 윤 대통령의 해임 조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전직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출국금지 이의신청과 해제, 현지 부임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같은 입장이 변화된 기류는 아직 없다.
다만 총선 이후인 '4월 말 재외공관장회의' 때 귀국 예정이었던 이 대사가 금주 중 조기 귀국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 대사 귀국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여당과의 긴장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과 이 대사는 이후 공수처의 빠른 조사를 촉구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 자진귀국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한동훈 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공수처 소환'을 먼저 언급했던 만큼, 당정 협조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조사 지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인식이 확고하다. 공수처가 지난해 9월 이 대사(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직권남용 혐의 고발을 접수했으나 6개월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다가 대사 임명 후인 지난 7일에야 소환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입장문에서도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공수처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이 대사도 17일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압박한 데 이어 19일에는 대리인을 통해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촉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전 국방부 장관)의 하급자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대한 소환도 아직 하지 못했기 때문에, 총선 전 본격적 조사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또 향후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조기 귀국 결정이 이날 일거에 이뤄진 배경에는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세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3주 앞둔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호재보다는 위기관리 요소가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개월간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온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정부는 20일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정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국 각지를 순회하고 있는 민생토론회 역시 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는 내주부터는 잠시 중단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흐름 속에서 이 대사와 황 수석 논란이 장기화되고 당정 갈등이 격화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 구도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야 수세를 공세로 전환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황 수석 오늘 사퇴했고 이종섭 대사 곧 귀국한다"며 "저희는 20여일 앞 총선을 앞에 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등할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