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바로 환자 곁을 떠나기는 어렵죠."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단축진료를 시작한 이틀째인 2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 병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부터 의대 증원 정책 반대 여론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업무 가중을 고려,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급 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는 큰 일정 변동 없이 교수들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단축 진료 안내문도 붙어있지 않았다.
전공의 이탈로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필수과로 불리는 내과·외과·응급의학과·신경외과 등은 20~30명씩 긴 대기줄이 이어졌지만 진료는 예약 순서대로 진행됐다.
신경과의 경우 매일 3~6명 전문의가 외래진료를 하는데, 이날도 교수 6명이 환자를 맞이했다.
접수 창구에 있던 의료진은 "그대로 예약 진료 진행하냐"는 전화 문의에 "평소처럼 다들(교수)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근무한다"고 답했다.
흰 가운을 걸친 전문의는 단축 진료 소식에도 환자 차트를 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전문의들은 "고생하십니다"라는 짧은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외래진료·수술 축소 소식에 환자들은 '수술 약 처방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했다.
전남 무안에서 광주 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를 찾은 장모(57)씨는 "지역에는 큰 병원이 없어 두 달마다 전대병원을 찾는데, 혹시나 담당 교수님이 못나오셔서 약 처방을 제때 못 받을까 걱정이다"고 밝혔다.
췌장암 수술을 앞둔 이모(73·여)씨는 "2주에 한 번 항암치료를 받는데 수술 일정을 못 잡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전남대학교병원은 일괄 주 52시간 근무를 보류한 상태다.
전남대학병원 교수 420명 중 21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근무를 중단한 교수는 없다.
두 병원 모두 각 진료과나 교수 마다 일부 진료 시간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대규모 일괄 조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학교병원도 예약환자 수술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근무 시간을 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학교병원 관계자는 "교수마다 개별적으로 일정은 조정할 수 있으나 아픈 환자들을 매몰차게 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남대조선대학병원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나 총회를 거쳐 단축진료에 대한 논의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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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