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록 광주·전남 지역 암 센터장 "정부 강경 대응 변화를"
"기약 없는 암 환자…국민 생명·건강 최우선해 소명 다해야"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놓고 7주째에 접어든 의정(醫政) 갈등을 두고 현직 의대 교수가 암 환자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며 조속한 대화와 협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형록 광주·전남 지역 암 센터장(화순전남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고통 받으며 기약 없이 기다리는 암 환자들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갈등이 아무리 첨예하다고 해도, 정부가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건강을 최우선 해야 하는 소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저 법적 제제로 젊은 의사들을 궁지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젊은 의사들은 아픈 환자 곁에서 위로하고 치료하고 싶어한다"며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 전환 필요성을 촉구했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살리기를 단순히 의대 증원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당장 시급한 환자들의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 필수 의료 활성화, 지방 의료에 대한 적극 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필요하다면 의대 증원 문제를 차분히 협상해 나가면 될 것이다"며 단계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세심한 정책 결정과 추진에 문제가 있다면서 "의학 교육 인프라가 현재도 허덕이는데 대규모 의대 증원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졸업 후 의사가 된다 해도 인턴과 전공의(레지던트) 수련을 4~5년간 해야 하는데 원하는 수련을 받을 수도 없다"며 "정부는 낙수 효과로 지망자가 비필수의료과 지원에 실패하면 필수 의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다. 필수 의료도 소신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억지로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이 수험생의 쏠림 현상, 즉 '의대 입시 블랙홀'을 야기해 이공계 학문 생태계 붕괴도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의 집단 행동은 의사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하다고만 볼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부실한 의학교육과 자격 미달의 의사 배출'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는 시각에서 집단행동까지 나선 것이다"며 전향적이고 합리적인 의정(醫政) 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복강경 대장 수술의 선구자다. 국내·외 학술지에 대장암 발생 기전·치료법, 최소 침습 수술 등에 대한 논문 다수가 실린 바 있고, 또 EBS '명의'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장암에 대한 지식을 널리 알린 권위자다. 최근엔 대한대장항문학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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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