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호 둑 높이고도 불법 시설물 때문에 물 못 가둬
농어촌공사 7년간 자진 철거 요청에도 버티기 일관
농업용수 확보 시급, 법원 강제 집행 시도에 일단락
거주시설을 마련해 주겠다는 지자체 지원의 손길도 마다하고 600억원을 웃도는 예산이 투입된 농업용 수리시설 기능을 수년간 마비시킨 무허가 컨테이너 주거시설이 조만간 철거된다.
16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 컨테이너는 극한의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670억원을 들여 나주호 둑을 높이고 물그릇을 키웠지만 정작 10년 넘게 물을 가두지 못하게 수리시설 기능을 마비시킨 주범으로 지목 받아왔다.
나주호는 지역 최대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1만2241㏊)와 인근 영암지역 들녘에 농업용수와 하천 유지수를 공급하는 핵심 수리시설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해 농어촌공사가 저수율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둑을 2m 높이는 둑높이기 사업을 지난 2014년 2월 준공했다.
이 사업으로 나주호 저수용량은 기존 9120만t에서 1661만t(18.2%) 늘어난 1억781만t으로 물그릇이 커졌지만 10년 2개월째 목표한 수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나주호가 소재한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등 상류 관리지역에 무허가 불법 컨테이너 주거시설을 비롯해 비닐하우스, 양봉시설, 창고 등 산재한 불법 시설물이 물 가두기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저수량을 늘리기 위해 수위를 높이면 관리 수역을 불법으로 점령한 시설물이 물에 잠기게 되지만 법원의 결정문 없이 공사 단독으로 강제 철거에 나설 수 없어서다.
이에 공사는 지난 7년간 자진 철거 권고·홍보 활동에 힘을 쏟은 결과 4년 전 43곳에 달하던 불법 시설물은 현재 4곳으로 크게 줄었지만 정작 물 가두기에 가장 큰 지장을 초래하는 불법 컨테이너 주거시설은 요지부동이었다.
농어촌공사 나주지사에 따르면 문제의 컨테이너는 10여 년간 나주호 상류 토지를 불법으로 점용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공사가 나주호 물을 목표치까지 가두려면 컨테이너 주거시설을 침수시켜야 하지만 거주자 안전 문제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컨테이너 주거시설에는 회사원 A씨가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노모를 모시고 거주하고 있었다.
공사가 자진 철거를 요청한 기간만 7년이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버텨 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하반기 나주시(다도면사무소)에서 주택을 마련해 주겠다며 컨테이너 주거시설 자진 철거를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움의 손길을 거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불법 시설물 철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공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2월 법원으로부터 강제 철거 결정문(철거 대체 집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7월 사전 공지 후 강제 철거 집행에 나섰지만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버티는 바람에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는 다시 그해 10월 말까지 자진 철거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지난 3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 줬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공사는 오늘(16일) 오전 9시30분 법원 집행관을 통해 철거 대체 집행에 나섰다.
그 결과 10여 년간 나주호 상류를 불법으로 점용했던 A씨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오는 24일까지 컨테이너 주거시설을 자진 인도한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함으로써 7년간 끌어온 '나주호 물 가두기' 분쟁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당장 보금자리를 잃게 된 A씨 모자에겐 나주시가 다시 한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먼저 임시 거주시설로 옮긴 후 오는 10월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모자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지난 7년간 수차례 연기해 가며 자진 철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강제 집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올여름 집중 호우에 의한 홍수 예방과 지난해와 같은 극한의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나주호 수리시설 기능 정상화가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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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김금준 대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