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게시물 통해 "피해자 물증 없다" 주장
정철승 "변호사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일"
"확인된 사실 알려…국민참여재판 받겠다"
檢 "여론재판 우려…피해자 보호에 반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중남)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정 변호사는 변호인 선임 없이 홀로 법정에 출석했다.
당초 이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지만 정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판사 3명이 심리하는 재판부로 재배당됐다. 국민참여재판이란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변호인이 필수적으로 선임되어야 하는 절차적 문제를 언급하며 정 변호사에게 변호인 선임을 요청했다. 또 이날 기일은 연기로 결정하면서도 편의상 정 변호사에게 공소사실 인부 의견을 물었다.
정 변호사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변호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일이기에 형법상 정당행위"라며 "비방 목적을 갖고 일부러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도 아니다"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가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건을 검토해 보니 모든 것이 잘못 알려져 있고, 그것을 사실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분노가 가족에게 향해 여론이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확인된 진실만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이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당시 가족에게 협박과 모욕한 사람 중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에 대해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적조치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고소인(피해자)의 주장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근무를 했는지가 공개됐을 뿐"이라며 "그걸 단서로 고소인의 신원을 알 수 있단 방법으로 신원을 공개했다는 것은 상당히 억지스러운 주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법원이 박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유지했다.
반면 검찰과 피해자 측은 피해자의 2차 가해 등을 이유로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검찰은 "피고인께선 재판부와 검찰이 여론에 좌우될까 우려한다하는데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을 부르는 게 여론재판을 부추길 우려가 매우 높다"며 "법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역시 "피해자가 입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 등이 장시간 관련자를 조사하고 판단이 된 사항"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다시 논의하는 건 피해자 보호에 반해 국민참여재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정 변호사의 변호인을 선임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21년 8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피해자를 가명으로 지칭하며 "(피해자가) 2015년 7월 비서 근무 시부터 박 전 시장이 성추행했고, 2019년 7월 다른 기관으로 전직된 후에도 지속해서 음란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에 대한 물증은 없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당시 피해자 측은 정 변호사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해당 글에서 정 변호사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관련한 내용을 기재하거나 '물증이 없다'고 주장한 부분 등에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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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