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동안 집 현관 두드리고·수차례 협박한 혐의
유족 "사과 한 마디 없어…엄벌 탄원"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여성을 수차례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전 남자친구의 첫 재판이 열렸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배진호)은 1일 특수협박 및 협박, 재물손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10월 부산진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B(20대·여)씨의 집에 찾아가 와인 잔을 자기 손에 내리치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의 수법으로 수 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같은해 12월9일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7시간 동안 B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365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약 한 달 뒤인 올 1월7일 오전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고,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이후 A씨는 수사기관에 B씨가 자신과 다툰 뒤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건 직후부터 A씨의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A씨 측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했고, 다만 말다툼을 벌이다 의자를 던진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정에 출석한 B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은 할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아이였다. 가고 싶어 했던 유학도 앞두고 허망하고, 억울하게 죽었다"면서 "딸이 죽은 뒤 우리 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둘째 딸은 언니 사건으로 사람들이 무서워져 대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또 "헤어지자고 했더니 A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딸에게 들었다"면서 "A씨는 이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시고, 본인의 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재판부는 "아직 증거 조사를 하지 못해 A씨의 범행과 피해자가 사망한 것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찰 측에서 재판 진행 중에 피해자의 사망 등이 양형에 반영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이달 말 경찰은 B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A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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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