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 피고인 직접 조사하지 않았어"
"계약 체결 시각, 피고인별 관여도 특정해야"
약 158억원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 주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의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김상연)는 7일 오전 11시20분께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공소장 내용에 의문이 든다며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을 말했다.
재판부는 공매도 주문이 기수가 될 수 있을지 여부를 우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매도 주문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안 되고 거래소에 주문이 나가서 체결됐다는 사실까지가 기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기수란 어떠한 행위가 일정한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성립하는 일을 뜻한다.
검찰은 "체결 여부를 기수로 보는 게 아니라 주문 내는 것 자체로 기수가 되는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 부분에서 재판부는 생각이 다르다"며 "단지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은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으니 그것을 공매도라고 하기가,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구체적인 공매도 주문의 계약 체결이 이뤄진 시각을 특정하고, 피고인별로 관여 공매도를 역시 특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피고인을 직접 조사한 바가 없다. 공모했다는 이메일 주고받은 것들 등을 확보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트레이더 3명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야 홍콩HSBC가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일단 공판 준비절차를 진행하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여부를 확인을 한 다음에 가급적 준비 절차를 통해 증거 인부 등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7월9일 오전 11시로 지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콩HSBC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은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주식을 무차입한 상태로 공매도 주문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국내지점 증권부에 차입을 완료한 것처럼 거짓 통보한 뒤 9개 상장사 주식 32만주, 합계 약 158억원을 공매도 주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은 지난 3월28일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기소했다.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새로 생긴 뒤 검찰이 정확한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던 글로벌 투자은행의 무차입 공매도 범행을 기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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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