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구원, 생성 원인 규명 세계 첫 규명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로 결정화 과정 관측
결정화 과정 제어, 원하는 물질 생성 가능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상(相)이 생기는 이유를 국내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초과포화 환경에서 물질의 결정화 과정을 분자단위로 관측해 분자구조의 대칭성 변화가 새로운 물질상 형성의 원인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1890년대 독일의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과포화상태의 수용액에서 물질이 결정화될 때 안정된 물질상이 아닌 준안정 상태의 새로운 물질상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이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이 제시됐고 수용액 내 용질의 분자구조 변화가 주 요인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결정화 과정을 분자단위까지 관측해야 한다. 수용액의 포화도가 높아질수록 순도 높은 결정이 생기고 잡음 없이 결정화 과정을 측정할 수 있지만 기존 기술로는 포화 농도의 200% 수준만 구현 가능해 정밀한 관측이 어려웠다.
이번에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은 자체개발한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로 수용액을 공중에 띄운 후 400% 이상의 초과포화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용질의 분자구조 대칭성이 변하면서 물질의 결정화 경로가 바뀌고 새로운 물질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는 두 전극 사이에 중력을 극복할 만큼의 강한 전압을 걸어 물체를 부양시킨다. 물질을 공중에 띄우면 접촉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물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미국(NASA), 일본(JAXA), 독일(DLR), 중국(CSA) 등의 선진 항공우주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장비로 표준연구원은 지난 2010년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로 분자구조 측정에 방해되는 물 분자 수를 용질 분자당 한개 또는 두개까지 줄여 정밀하게 결정화 과정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 조용찬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새로운 물질상이 생기는 핵심 요인을 규명해 우리가 원하는 물질상을 형성키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우주 등 극한 환경에 활용되는 신소재 개발과 바이오·의료 분야 신물질 형성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통해 4000K(3726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을 구현하고 내열소재인 텅스텐(W), 레늄(Re), 오스뮴(Os), 탄탈럼(Ta)의 열물성을 정밀측정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 발사체, 항공기 엔진, 핵융합로 등에 사용되는 초고온 내열소재의 정확한 열물성 값을 얻을 수 있어 설계 안전·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10일 게재됐으며 Editor's highlight로 선정됐다.(논문명: Impact of molecular symmetry on crystallization pathways in highly supersaturated KH₂PO₄ solutions)
우주극한측정그룹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이용하면 우주와 유사한 무중력 환경을 구현해 소재의 물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다"며 "현재 선진 항공우주국에서는 이 장치로 우주에서 진행될 다양한 실험을 지상에서 사전 수행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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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