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대통령실 "여야 합의 헌법 관행 파괴"

특검 후보자 추천권 야당 독점 지적
"공수처 수사 못 믿는 건 자기모순"
"재의요구 않으면 대통령 직무유기"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채상병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10개 법안에 대해 여섯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친 순직 해병특검 법률안에 대해 국회의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로 ▲삼권분립 원칙 위반 ▲특검 취지 부적합 ▲수사 공정성 담보 불가 등을 세 가지를 꼽았다.

정 실장은 먼저 채상병특검법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행정부 권한의 부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 지점도 문제 삼았다.

정 실장은 "우리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대통령으로서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의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정 실장은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이번 특검 법안은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실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은 현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상시 특검을 위해 설치한 수사 기관이라며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세 번째로 "이번 특검 법안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행 특검법은 특검 후보군을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고르도록 규정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의 변호사를 추천하면, 민주당이 2명을 고른다.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한 명을 임명할 수 있다.

정 실장은 이에 대해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구조에서 수사 결과를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이건 민주당의 일방 강행처리에 의한 특검법안"이라며 "오히려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헌법수호자"라며 "헌법수호라는 책무를 대통령은 이행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거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채상병특검법의 독소조항을 빼고 여야가 합의된 법안을 도출한다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부결돼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민주당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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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