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서 관리소장에 '구속감', '살인마' 발언
재판부 "표현 지나치거나 악의적이지 않아"
아파트 관리소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사망한 경비원의 동료가 집회에서 관리소장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부(재판장 박병곤)는 지난 14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강남구 한 아파트의 경비대장으로, 지난해 동료 경비원 박모씨가 아파트 관리소장 A씨의 갑질을 폭로하고 사망한 뒤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씨는 집회에서 관리소장 A씨를 향해 "A소장은 구속감, 살인자다. 살인마 A소장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발언했다.
관리소장 A씨는 집회에서 이씨가 이 같은 발언을 하자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부는 이씨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를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발언은 A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박씨 사망을 업무상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박씨의 사망이 A씨의 '갑질' 때문에 벌어졌다는 여론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속감', '살인자' '살인마'는 비록 범죄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지만 '사람의 죽음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낼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표현"이라며 "이 사건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표현 방법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다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2월7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이씨 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측은 지난 20일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인 70대 박모씨는 지난해 3월14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숨지기 전 동료들에게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은 당초 경비반장이었지만, 최근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다고 한다.
사건 이후 동료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해 12월31일 이 아파트는 경비원 76명 중 44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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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