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유급 임박에 충북대 의대 "휴학 승인 검토해야"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충북대 의대 교수진이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복귀 전제로 내세웠지만, 최근 의대 정원이 확정되면서 돌아올 명분이 사라진 상태다.



충북대학교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교수회 정기총회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방안 등을 놓고 논의했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정상적인 의학 교육이 안 되고, 파행적 상황으로 갔기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이런 식으로 시간을 계속 끄는 게 학생들한테도 좋지 않고 좋은 의사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수진은 학생들의 휴학을 받아들이고, 승인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총장을 설득 또는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학칙상 휴학 승인권자가 의대 학장이 아닌 총장으로 명시된 만큼 의대 학장이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해도 현실화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충북대 의대 의예과·본과는 지난 3개월 개강 이후 의대생 305명(의예과 94명·본과 211명) 중 80% 이상이 휴학계를 제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 측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이들의 수업을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전환했지만,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져 복귀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분위기다.

고등교육법상 의대는 한 학기에 수업일수 15주를 확보해야 하고, 이 중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F학점을 받아 유급 처리된다.

대학 측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계절학기 학점을 늘리는 등의 학사운영 방안을 내놨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대생들이 복귀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학사운영 조정으로는 집단 유급을 막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학생이 휴학 승인을 받지 못해 유급당하게 될 경우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유급이 2∼3회 누적되면 퇴교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휴학을 승인해주지 않고 버티다가 집단유급이 현실화해 퇴교당하는 학생이 나오면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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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