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로 종료 알린 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새로운 시작"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 499일만 운영 종료
인근 건물로 이전…6개월간 임시 운영 예정
"이제 투쟁 전반기 끝나고 후반기…힘 모아야"
큰절 올리며 "오늘까지 버티게 도와줘 감사"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고,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분향소의 끝을 마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합니다. 오늘로 서울시청광장 분향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가도록 공식 선포하겠습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앞에서 울먹이며 말을 마친 뒤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그는 "우리를 오늘까지 버티게 해주신 많은 시민단체·종교계·정치계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고 또 고맙다"고 연신 반복해 말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10·29 이태원 참사의 상징적 공간이었던 서울시청 앞 분향소가 499일 만에 공식적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서울시와의 협의 끝에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으로 위치를 옮기고, 이날부터 11월2일까지 한시적 운영에 들어간다.

이날 종료식엔 이태원 참사의 상징색인 보라색 조끼를 입은 유가족들과 4대 종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본 행사에 앞서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와 4대 종단 추모 의식도 진행됐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혹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오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의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 과정이 진행 중이다. 제대로 진실을 밝혀낼 독립적인 특조위 설립을 위해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특별법이 아닌 기본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유가족들이 참담한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종료식에 참석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장과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도 유가족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있던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새로운 분향소 '별들의 집'이 마련된 부림빌딩으로 행진했다.



새 공간을 마주한 유족들은 벽에 걸린 가족들의 활짝 웃는 사진을 보고 "이렇게 예쁜 우리 아기가"라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개소식에서도 "이 시간이 오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공간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또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며 "녹사평, 서울시청 분향소까지의 기간이 전반기 투쟁이었다면 지금부터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우리의 후반기 투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우리의 투쟁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우리가 아이들을 잃고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잊지 말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으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대한민국에 더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부림빌딩 1층 공간에 마련된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2일까지 6개월간 '기억·소통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태원 참사 2주기 이후 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하는 유가족들은 추후 분향소 운영을 위해 서울시 등과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99일째인 지난해 2월4일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긴급 설치했다. 이후 이를 불법 시설물로 본 서울시가 자진 철거를 요구하며 변상금을 부과하는 등 유가족과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논의 끝 최근 이전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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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