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이팅게일'…32년간 한 병원서 진폐증 환자 곁 지켜

근로복지공단, 간호사의 날 행사서 대한민국 산재간호 대상 수여
첫 수상자 순천병원 김은자 간호사…32년간 산재근로자 옆 지켜
"간호사는 내 천직…소외된 이웃 돌보고 늘 사랑 실천하며 살 것"

"숨쉬기도 곤란해 병원 밖을 나설 수 없는 저 같은 진폐환자는 질병의 고단함보다 긴 병원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이 더 힘들어요. 김은자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와 격려 덕분에 오랜 병상생활을 견딜 수 있었어요."



전남 순천시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에서 요양 중인 진폐환자 A씨의 말이다. 진폐증은 폐에 작은 먼지가 쌓여 호흡곤란이 생기는 질병이다. 탄광이나 건설업 현장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이 병에 쉽게 노출된다.

김은자 간호사는 32년 간 순천병원에서 A씨와 같이 화순 등 인근 탄광에서 일하며 진폐증에 걸린 산재환자들의 곁을 지켜왔다. 호흡재활치료와 만성 폐질환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맞춤형 간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공로로 김 간호사는 '대한민국 산재간호 대상(나이팅게일)'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17일 1700여명의 공단병원 간호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간호사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대한민국 산재간호 대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산재보험 60주년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수여됐다. 산재근로자의 요양과 사회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간호사를 선발하는 취지에서다.

최초 수상자로 선정된 김 간호사는 순천병원 인근의 여수·광양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심뇌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건강상담을 제공한 바 있다. 또 치료가 필요한 근로자에게는 병원진료를 연계하는 등 직업병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이날 순천병원을 방문해 김 간호사에게 상장을 직접 수여하며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뜻 깊은 행사를 축하하고 앞으로도 산재근로자 및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위해서 행복수호천사로서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수상 소감에서 "간호사를 천직으로 여겨왔다"며 "작은 힘이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환자 분들 곁에서 늘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서른 세번째로 열리는 이날 간호사의 날 행사에서는 공단 소속병원 간호사들이 참여해 지역주민 대상 의료봉사, 어려운 이웃 돌봄 활동, 병원 주변 환경 정화 활동 등을 진행했다.

공단은 인천 태백 등 전국 11개 병원과 서울·부산 등 도심권에 3개의 외래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산재근로자의 요양 초기인 급성기 치료부터 회복기 집중재활, 치료 종결 후 사회 및 직업복귀 등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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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 / 김권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