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경정 송구…재산분할 비율 영향 미치지 않아"

선대회장 기여분 125배, 최태원 160배
"125보다 160이 커…최태원 기여 더커"
최태원 기여분에 노소영 기여분 포함
"계산 오류 수정 불과…재산분할 유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가치 산정 부분에 대한 판결을 경정한 것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다만 이번 판결 경정은 SK 경영활동 과정 중 '중간단계'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계산 오류를 수정하는 것으로,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서울고법은 18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의 전날 있었던 판결 경정 결정에 관한 설명자료를 내고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나중에 발견돼 이를 사후에 경정함으로써 번거롭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판결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정정하는 것을 뜻한다.

◆法 "선대회장-최태원 기여분 비교 시 최태원↑"

당초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취득 당시 1994년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1998년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 계산하고,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노 관장의 육아 및 가사노동 등 기여는 최 회장의 기여분에 포함되기 때문에 최 회장 기여분이 늘어날수록 노 관장의 기여분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전날 1998년 대한텔레콤 주식가액(100원)에 두 차례에 걸친 액면분할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1000원이 맞다고 이의제기했다.

최 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6배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노 관장의 기여분도 줄어드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의 이의제기에 1998년 대한텔레콤 주식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오류를 발견하고 판결경정 결정을 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분을 비교하려면, 항소심 변론종결시점인 2024년 4월16일에 나타난 주식가액 16만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계산에 따르면,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부터 항소심 변론시점인 2024년까지 회사 성장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가 아니라 160배가 된다.

선대회장의 기여(125배)와 최 회장의 기여(160배)를 비교하면, 125보다 160이 크기 때문에 최 회장의 기여분이 선대회장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서울고법의 판단이다.


서울고법은 "선대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의 상승과 현 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의 상승을 비교하는 경우, 160배를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현 회장인 원고가 2009년 경영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2024년 4월16일까지 계속 경영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 부친을 비롯한 피고 측은 1994년 원고의 대한텔레콤 주식 취득 시점부터 2024년 4월16일까지 이 사건 SK주식 가치 증가에 계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노태우·노소영, SK에 기여…재산분할에 영향 안 미쳐"

서울고법은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분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 비율에는 영향을 비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기여분에 노 관장에 무형적인 기여가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선대회장의 기여분에도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무형적인 기여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대회장은 경영활동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이른바 '보호막' 내지 '방패막이'로 인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고법은 "원고 부친은 피고 부친과의 사돈관계를 SK그룹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일종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이로 인식한 다음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것임이 분명한 경영활동을 감행했다"며 "피고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무형적인 기여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SK 경영활동에 관련한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일부 계산 오류 등 수정이 재산분할 비율 및 액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고법은 "원고 부친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도와 원고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도의 내부적인 비율이 어떠한지 등은 이와 같은 문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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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