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성병에 치명적 화상병까지 남하"…나주배 농가 이중고

배 흑성병 역대 최대 확산…과원 680㏊ 피해
흑성병 농작물 재해보험 사각지대…보상 막막
'과수 화상병' 충주→천안→무주까지 남하

전국 최대의 배 주산지인 나주 과수농가들이 올봄 이상기후로 인한 흑성병 창궐에 이어 한 번 감염되면 과원 전체를 매몰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과수화상병' 남하에 따른 방제 작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검은별무늬병으로 불리는 흑성병은 나주배 전체 재배면적의 40%인 680㏊에서 발병한 가운데 피해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흑성병에 감염된 배는 열매에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고 번져 나가면서 상품 가치를 떨어트려 사실상 폐기 처분해야 한다.


농정당국은 흑성병 창궐 원인을 올봄 잦은 비와 이상기후를 지목하고 있지만 비가 잦았던 지난해 봄에는 병이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뚜렷한 원인 규명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을 적용받지 못해서 피해 농가들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한목소리로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약관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농업 현장의 목소리에 농작물 재해보험을 운영하는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인 검토를 약속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결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흑성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소독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정부에 특별 지원 대책을 건의할 방침이다.

흑성병에 이어 과수화상병(Fire blight)까지 빠르게 남하하면서 배 과수농가를 근심짓게 하고 있다.

화상병은 지난 5월 충북 충주에서 처음 발병해 충남 천안을 거쳐 잔남과 인접한 전북 무주까지 남하했다. 현재 100농가 49.4㏊에서 발병한 것으로 관찰됐으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감염 과원이 14㏊ 늘어났다.

과수 화상병은 잎·꽃·가지·줄기·열매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마르며 심할 경우 나무 전체가 고사한다.


전파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한번 감염되면 과원 전체를 매몰(폐원)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 '과수 구제역'으로도 불린다.

나주시는 전남 인접 지역인 무주까지 화상병이 남하하자 위기 단계를 '경계'로 격상했다. 나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해서다.

이에 따라 농작업 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나주배원예농협과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화상병 발생지 인근 작업 인부의 지역 간 이동을 차단하고 과원 출입 시 작업복과 장비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나주시는 산림 지역에 있는 화상병균 기주식물에 대한 예찰·방제를 강화하고 과원과 인접한 곳에 가로수, 조경수 등의 기주식물 식재를 제한하고 있다.

또 농업인을 대상으로 과수화상병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특히 수출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원만희 나주배연구회 회장은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선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굳은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과원 출입자와 기자재 소독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수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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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김금준 대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