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피해자 증언, 진상 규명 요청
진화위 인력·시간적 한계 직권조사 불가 입장
전문가 "인권침해사례 전국조사…상설화 필요"
인권유린 시설 '덕성원'의 피해생존자협의회가 지난 2월 초에 꾸려진 뒤 전국 곳곳에서 피해자 증언과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맡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수개월째 직권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화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시간적 한계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진화위 상설화를 위한 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덕성원피해자생존자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진화위에서 이상훈 진화위 상임위원과 1시간30분가량의 회담을 가졌다.
이날 협의회는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지만, 진화위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종환 협의회 대표는 "진화위는 인력, 시간 문제로 직권조사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며 "이전부터 수차례 요청해 오고 있지만 진화위 입장은 매번 똑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월 손에 꼽을 숫자의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협의회가 꾸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화위에 접수된 덕성원 피해자 수는 56명이다.
특히 지난 4월 말에는 미국에서 귀국한 피해자도 있었다. 그는 같은 날 진행된 진화위 조사에서 자신이 겪은 인권 유린과 강제 노역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자신의 끔찍한 과거를 되짚으며 생생한 증언을 해오고 있지만 피해의 실체를 밝힐 직권조사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한 실정이다.
부산시도 진화위에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 요청 공문을 수차례 보내는 등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덕성원과 인권 유린 양상이 유사하다고 알려진 형제복지원, 영화숙·재생원은 진화위의 직권조사가 결정됐지만 이보다 한발 늦게 세상에 알려진 덕성원의 피해자들은 직권조사를 눈 뜨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2기 진화위의 활동 마감일은 내년 5월26일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지금 남아 있는 사건을 처리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덕성원의 직권조사를 할 여력이 없다"며 "직권조사를 위해서는 활동 기간이 연장되거나 조사기구가 상설화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합의로 법을 개정해 진화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직권조사에 대한 추가 신청도 받을 수 있어야 덕성원 직권조사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진화위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집단 수용 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시설별 혹은 사건별 조사보다는 전국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런 조사를 위해서는 한시적인 진화위보다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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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