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레이시아, 16년만에 차관급 협의회…'北 안보리 준수' 촉구

공급망, 국방·방산, 에너지·환경 등 호혜적 협력 강화 합의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공급망, 국방·방산, 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메시지 발신을 위해서도 협력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김홍균 1차관은 26일(현지시각) 오전 암란 모하메드 진 말레이시아 외교부 사무차관과 '제9차 한-말레이시아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 협의회가 개최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양 차관은 지난 1960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가 내실있게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된 양국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외교장관 회담 등 활발한 고위급 소통을 통해 다져온 양국 협력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도 같이했다.

김 차관은 최근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환영하면서 공급망, 할랄식품,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협조와 지원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암란 차관은 한국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진출과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면서 정부도 우호적 기업 환경 조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양 차관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한국형 전투기(FA-50) 도입 을 통해 마련된 양국의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당국 간 긴밀한 교류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환경·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암란 차관은 탄소 포집·저장(CCS)과 그린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고 했고, 김 차관은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자고 답변했다.

양 차관은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김 차관은 북한이 모든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발사와 오물 풍선 살포 등 복합 도발을 자행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러북 군사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및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면서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지속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암란 차관은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국제법 준수 및 비핵화를 촉구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 공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차관은 내년 말레이시아의 성공적인 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기대한다면서 올해 수립 추진 중인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잘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의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 양 차관은 한국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김 차관은 같은 날 모하마드 빈 하산 외교장관 예방과 누쉬르완 빈 자이날 아비딘 국가안보실장 면담을 각각 진행하고 양국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무대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차관은 27일에는 일본으로 이동하며, 이튿날인 28일 도쿄에서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제15차 한일 차관 전략대화'를 갖는다. 한일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지난해 3월 한일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10월 14차 회의가 열린 뒤 약 8개월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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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